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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다


방앗간마다 떡쌀 대야가 줄을 서 있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한 흰 가래떡이 찬 물속으로 줄줄이 빠진다. 색동 저고리 설빔을 곱게 차려 입은 아이들이 어른들께 세배 올리고 받은 세뱃돈을 자랑하느라 신이 나 있다. 가족 친지들이 모여 윷놀이도 하고 덕담을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동네 마을회관에서는 이웃들과 나누고 베푸는 행사가 하루 종일 이어진다. 내가 어렸을 때 설날은 이랬다.

그런데 지금은 고향 가는 길보다 스키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천 공항이 더 북적거린다. 각종 민속놀이들도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로 대체되면서 깡그리 사라지고 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나눴던 새해인사가 문자 메시지로 바뀌고 택배 기사가 친지 대신 선물을 안겨주고 간다. 꽉 막힌 고속도로 풍경이 연휴 내내 가장 큰 뉴스였고, 열시간 가까이 걸려 고향에 도착한 친척들의 귀향 스토리가 무용담처럼 이어지던 기억은 이제 아련하다.

현실에 맞게 명절 문화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자꾸 우리 것이 서양의 것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어 안타깝다. 없는 전통문화도 만들어야 할 국제화 시대에 우리 스스로가 고유의 미풍양속들을 퇴출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매년 성장하고 무역수지 흑자는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데 왜 서민들의 행복지수는 추락하고 있나. 왜 자살률과 이혼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이고 범죄발생률은 급증하는 것일까. 우리 문화와 역사 그리고 가치관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돈과 물질로만 평가하는 물신주의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승자독식의 정글주의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가난하고 힘든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제 먹을 몫을 덜어주고 입던 옷까지 벗어 나눠 입었다.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오래도록 이어온 소중한 가치였다. 이런 우리 문화와 역사를 바로 세워 인간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 행복지수 추락을 막는 길이다.

올해에는 나라의 역사를 바꾸고 국민들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양대 선거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얼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한옥ㆍ국악ㆍ한복ㆍ한식ㆍ명절ㆍ예의범절 등은 어느 리더가 됐건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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