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MBC가 파업 100일째를 맞는다. MBC에 이어 KBS의 새 노조도 파업 60일 넘어서는 등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송사와 언론사들의 장기 연대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기자와 PD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방송제작이 어려워진 MBC는 재방송 채널로 일찌감치 전환한 듯하고 그동안 정규방송 편성을 유지했던 KBS도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결방이 잦아지는 등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를 넘어선 시청자들의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파업이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KBS와 MBC의 파업에 가담한 기자와 PD들이 자체 제작한 뉴스를 인터넷과 팟캐스트 등 대안매체로 보도하고 있다. KBS의 새 노조 조합원들이 제작하는'리셋KBS'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을 인터넷으로 단독 보도해 '이달의 기자상'을 받는 등 지상파 KBS의 정규방송이 다루지 않는 뉴스로 언론을 주도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한 세대가 보는 뉴스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시청하는 뉴스의 본질이 서로 달라 세대 간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방송사 경영자들이 내년 1월1일부터 시작하는 디지털방송 전환에 앞서 다채널 뉴스보도의 사회적인 현상을 실험ㆍ관찰하는 차원이 아니라면 공영방송사가 사회 갈등을 앞장서서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라 함은 각 분야에서 그 나라의 대표선수라고 할 수 있다. 보수의 역량이 국격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시청료를 받는 국민의 방송 KBS와 공영방송을 지향하는 MBC는 우리나라의 얼굴과도 같다. 파업을 방관하고 있는 방송사 경영자들에게 품격의 헌사가 어울릴지 자리보존에만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 어울릴지는 스스로 알 일이다.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야 하는 공영방송사의 대표가 자신의 가치관과 경영철학만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서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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