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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15일] 어설픈 국회의장의 한일 친선외교

'환율주권 도발'. 조금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3일 의회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비난한 수위를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독도 망언만큼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세계대전 수준으로 번지는 '환율전쟁'에 간 총리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자격이 있느냐'는 식으로 비난한 것을 생각하면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공교롭게도 간 총리가 한국의 환율주권을 도발한 뒤 곧바로 가진 공식 일정은 박희태 국회의장과의 접견이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30분간 가진 논의에서 박 의장은 양국 간 주요 현안과 미래지향적인 우호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불과 한 시간 전 "한국은 G20이 정한 범위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도발한 일본 총리 앞에서 말이다. 간 총리가 누구인가. 불과 6개월 전 일본 재무장관 자격으로 부산에서 우리나라와 G20 의제인 프레임워크, 금융규제 개혁에 대해 논의한 일본의 대표다. 전직 재무상 출신 일본 총리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도발 망언은 결코 허투루 내뱉은 말이 아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경제전쟁은 이렇게 살벌하다. 이렇게 우리의 환율주권을 공격한 간 총리는 곧바로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우리나라 국가서열 2위인 국회의장과 악수를 했다. 그 시간 박 의장은 간 총리가 국회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국회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하루 지나서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큰 틀에서 양국 간 협력을 요청한 만큼 문제될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무리 친선외교 차 만났다고 하지만 명색이 국회의장이라면 최소한 상대가 우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정도는 파악했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G20의 성공을 기원해 달라"는 박 의장의 부탁에 간 총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상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주요 외신들이 연일 "한국이 G20을 잘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비아냥대는 건 이렇게 순진한 우리나라의 G20 외교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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