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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됐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하며 “양사 합병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서다. 이에 따라 양사 합병은 물론 더 나아가 삼성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천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4일 공시했다. 총 매입금액은 7.065억원에 이른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경영 참가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1977년 설립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 운용 자산은 26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현재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를 보면 최대주주인 삼성SDI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우호세력’의 지분은 14.06%(3월 기준)에 그치는 반면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지분이 높아 상대적으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엘리엇이 기관 및 외국인 주주를 규합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할 경우 자칫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주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분명치 않아 반대세력 결집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때는 양사 모두 주가가 급락해 주주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삼성물산 등의 주가가 높아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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