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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뉴 빅뱅] <1부> 요동치는 자본시장 ③ 퇴직연금 족쇄를 풀어라




주식투자 비율 2.7% 불과…근로자 노후보장 기능 못해 퇴직연금 시장이 지난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연 평균 100%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8년 5조원에서 2009년 10조원, 지난해 10월 2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 2월말 현재에는 30조8,102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외형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퇴직연금 상품이 원리금 보장형에 편중돼 있어서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대비라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리금보장상품의 편중현상이 장기적으로는 퇴직 근로자들의 노후생활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실적배당상품의 비중을 늘릴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퇴직보험ㆍ신탁 제도의 손비인정 종료와 국제회계기준(IFRS) 본격도입 등으로 올해 퇴직보험금의 퇴직연금 시장 유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포스코와 KT, 한국전력 등 대어급 기업과 기관들의 퇴직연금 도입이 예정돼 있다. 또 대규모 기업집단 중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SK그룹, 대한항공 등도 연내 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금융 감독 당국은 올해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편중현상이다. 예ㆍ적금 등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은 2008년 2월 79.8%에서 올 2월말 91.4%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사업주가 운용의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이 전체 적립금 비중의 72%를 차지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들이 직접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실적배당형보다 운용이 편한 원리금보장형을 선호하는데다 은행과 보험, 증권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한때 9%에 달하는 고금리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집중 제시하면서 기업들로서는 굳이 위험부담을 지고 실적배당형 상품을 택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적립금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어 퇴직연금 제도 도입의 당초 취지였던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은 물론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으로 유입되면서 자본 시장 성장은 물론 운용사들의 자산운용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자본시장과는 무관하게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립금 증가→자본시장 발전→근로자들의 노후 대비 기능 강화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 퇴직연금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중 주식에 투자된 금액은 약 2.7%에 불과하다. 이는 DB형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97%에 달하는데다 DC형도 전체의 26.8%를 차지하는 실적배당형 상품 중 대부분이 주식비율이 극히 적은 채권형펀드(24%)이기 때문이다. 오진호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낮은 이유는 기업들이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중시하는데다 근로자들 역시 장기 자산운용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미국(61%), 영국(60%), 호주(57%) 등 퇴직연금 선진국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6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낮은 주식 투자비율은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로 연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은 5.98%로 전년(10.73%)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은 6.20%에서 5.45%로, 생명보험은 6.22%에서 5.18%로, 은행도 6.41%에서 4.97%로 뒷걸음질 쳤다. 물론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93~98%를 차지하는 은행과 보험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확정 금리를 4~5%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1년만에 5%포인트 가까이 수익률이 급감한 증권의 경우는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크게 늘면서 부진한 수익을 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증권업계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009년 28.97%에서 15.28%로 크게 줄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높은 금리와 부가혜택, 낮은 수수료로 판가름 나는 ‘진흙탕 입찰 경쟁’으로 변질되면서 증권사들 역시 고금리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시장환경에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해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증권사의 장기를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DC형과 IRA(개인퇴직계좌)형에도 전체 적립금 대비 40% 한도 내에서 주식형 펀드와 주식혼합형펀드의 편입을 허용하는 안을 올 상반기 내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적배당형 비중을 늘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DB형 상품의 경우 고금리ㆍ대출금리 인하 등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불건전영업행위를 근절해야 완전 경쟁을 통한시장정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금리가 시장금리 수준으로 정상화된다면 기업은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투자기법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며 “이때 퇴직연금 사업자의 투자 컨설팅 능력과 운용 능력이 주요 평가지표가 되면서 적립금도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과 근로자의 인식 변화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오 연구원은 “퇴직연금은 고령화 시대의 매우 중요한 생존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퇴직연금 적립금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들 역시 자산의 효율적인 배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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