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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정구정 세무사회 신임 회장

"세무사 사무소 통합·전문화 유도…서비스 질 확 높일것"



대형화해야 생존 가능
세무업계도 구조개편 필요 성실신고확인제 안착위해
사후 신고검증제 도입해야 세무소송 공동 대리권 부여등
신규 업무영역 창출도 절실
"세무사 사무소가 전국에서 1만개에 육박합니다. 세무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서비스의 질이 확보되는 게 아니지요. 세무사 사무소를 500~1,000개의 '세무법인'으로 통합하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 전문성과 체계를 갖춘 세무법인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세무업계도 구조개편이 필요합니다." 이달 초 회장에 취임한 정구정(사진) 신임 세무사회장. 선거를 거쳐 6년여 만에 회장 자리에 다시 돌아온 정 회장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카랑카랑했다. 회장에 취임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됐음에도 그는 '준비된 회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세무업계의 현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세무사 숫자는 늘어나는데 세무 서비스의 질은 그에 상응해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내년부터 5만여명의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될 성실신고확인제(세무검증제)의 시행상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물론 복안도 막힘 없이 풀어 내놓았다. 대형 세무법인의 출연 유도, 세무검증시 세무사들의 자료요구권 확보, 장기 미조사 사업자에 대한 사후신고검증제 등은 그의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이다. 취임 열흘 만인 12일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회장 집무실에서 정 회장을 만나 재선(再選) 세무사회장의 노련한 포부를 들어봤다. 세무업계도 대형화ㆍ전문화 길로 가야 인터뷰 자리에 마주한 정 회장은 대뜸 세무사 사무소를 했던 20여년 전 얘기부터 꺼냈다. "예전에 세무대리 업무를 해주고 10만원을 받던 업체로부터 아직도 1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한 세무사당 10개 업체의 세무업무만 처리해주면 됐지만 이제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50개 업체의 일을 맡아서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무사 수수료는 똑같은 상황. 하지만 정작 세무사 한 명당 처리하는 건수는 몇 배가 늘어난 상황에서 세무 서비스의 질이 나아질 수 있겠느냐고 정 회장은 반문했다. 연이은 그의 말 속에는 답답함이 가득했다. "만약 세무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 질문부터 하세요. '몇 개 업체를 관리하고 있느냐'고. 무조건 적은 수를 관리하는 세무사를 골라야 합니다. 세무사 서비스는 공장의 기계처럼 물건을 찍어내는 일이 아닙니다. 한 세무사가 너무 많은 업체를 관리하다 보면 직무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정 회장은 특히 성실 세금납부를 돕기 위해 고도의 윤리의식이 필요한 세무사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면 윤리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젊은 세무사들이 많습니다. 사흘 굶겨서 도둑질 안 하는 사람 없다고 했어요. 세무사가 세금탈루를 하려는 의뢰인에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독립성과 윤리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무업계 재편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업계 재편은 무엇일까. 정 회장이 가장 먼저 그린 그림은 세무 사무소 간 통합이었다. 회계 업계와 마찬가지로 대형 세무법인 출연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세무사무소를 법인으로 통합해 대형화ㆍ전문화하는 것이 세무업계도 발전하고 세무사들도 상생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은 자산총액 일정 규모 이상의 세무법인에 일감을 맡기도록 규정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세무사 통합이 가능해진다고 방법론도 제시했다. "물론 기존에 오랫동안 사업을 해오던 개인 세무사들의 반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세무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제가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사후검증제 도입할 만 세무 업계의 주요 당면과제인 성실신고확인제로 논의주제는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최근 국회에서 성실신고확인제 관련 세법개정안 통과가 완료되면서 당장 내년 종합소득세 신고부터 세무검증이 시작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세금신고 전에 세무사ㆍ회계사로부터 세금을 줄이기 위해 소득을 빼돌리지는 않았는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5만명의 납세자를 첫해 검증 대상자로 추정하고 있다. 세무사 업계에서는 당초 반대했으나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율이 높은 현실을 고려해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섰다. 관건은 얼마나 제도가 실효성 있게 안착할지 여부. 정 회장은 시행이 결정됐으므로 제도적 안착을 위해서는 보안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장대리 업무와 성실신고 확인을 동시에 맡을 경우 해당 세무사는 보수는 못 받고 일은 떠맡고, 자칫 처벌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뻔히 예견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 회장은 세무사들에게 일정 수준의 자료요구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납세자들이 소득 축소신고의 유혹을 느낄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세무사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특히 사전이 아닌 '사후' 신고검증제 도입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신고는 납세자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되 사후 검증을 세무사들이 하자는 것이다. "현재 세무조사 비율이 1% 수준입니다. 평균 100년에 한번 받는다는 얘기지요. 탈세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세무조사 나왔다고 하면 납세자들은'왜 나만 받느냐. 불공평하다. 세무사가 세무서에 로비를 제대로 못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국세청 인력 한계상 세무조사를 더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무사들이 사후에 납세자들이 신고한 것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 즉 사후신고검증제가 필요합니다." 정 회장은 특히 오랜 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사업자일수록 신고검증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넘기는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정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자동차 검사와 건축물 준공검사를 민간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지만 전문가의 조력이 가능한 분야이므로 사후검증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 많이 뽑는다고 보수 줄었나 그는 전문자격사가 급격하게 대량 배출되고 있으나 서비스 질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이어갔다. "세무사ㆍ변호사ㆍ회계사 등 전문자격사를 많이 뽑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자는 것인데 양질의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사를 사법고시를 통해 연간 1,000명씩 뽑고 당장 내년에는 로스쿨에서 변호사가 1,500명이나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나 변호사 보수가 줄었습니까? 전관예우는 여전하고 덕분에 1년에 수십억원씩 버는 변호사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 사회를 보면 변호사 대량 배출에 따른 문제가 심각합니다. 고도의 직업윤리가 필요한 전문자격사는 시장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정 회장은 지금 세무사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3,000명이 배출됐는데 이제는 국세청 퇴직자, 신규 회계사 등을 포함해 4년이면 3,000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신규 업무영역이 창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세무소송에 대한 변호사의 공동대리권을 들었다. "조세불복 업무는 기초단계에서 심판청구까지 세무사가 하지만 법원에 가면 변호사가 새로 사건을 맡게 됩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이지요. 게다가 법정소송에 가더라도 세무사들이 대부분의 준비서면을 쓰고 변호사는 이름만 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도 납세자 입장에서는 변호사에게 비싼 소송비용을 내야 합니다." 정 회장은 소액 세무사건에 대한 단독대리권을 세무사에게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변호사 업계의 반발을 고려할 때 공동대리권이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특정 직역 이익단체의 목소리로만 치부하지 말고 국민들 입장에서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주십시오."
세무사시험 출신 첫 회장… 최연소 당선 타이틀도 보유
■정 회장은 정구정 제27대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유일무이한 기록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우선 순수하게 세무사시험 출신으로 세무사회장에 당선된 경우는 정 회장이 처음이다. 그동안 세무사회장은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나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이 도맡아 해왔다. 인지도나 영향력 면에서 일반 세무사 출신보다 앞선다는 인식이 일선 세무사들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편견(?)을 깼다. 그리고 올 초 회장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총 4명의 후보가 나온 선거에서 그는 총 5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나머지 세 후보의 표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그가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발로 뛰는'나 홀로 유세'가 통했기 때문. 전국 4,000곳의 지방 세무사 사무소를 찾아 다니며 일선 세무사들의 애로를 일일이 챙겨 들었다. 정 회장은 "선거과정에서는 일선에서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겨우겨우 사무실을 유지하는 세무사들의 고충을 듣는 데 주력했다"며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강단 있게 세무사들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줬던 게 세무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거 같다"고 자평했다. 그가 가진 또 하나의 타이틀은 '최연소 세무사회장 당선'. 지난 2003년 첫 세무사회장 당선 시절 그의 나이는 49세였다. 업계 평균 연령이 55세이던 시절이다. 정 회장은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패기 넘치는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는 게 선거 결과에 반영됐다"며 "이 같은 요구는 이번 선거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첫 재임시절 그의 주요 업적 중 하나는 세무사 명칭 사용금지 세무사법 개정이다.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자동적으로 부여되던 세무사 명칭을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2003년 12월 법을 개정한 것. 이후 변호사 업계에서는 헌법소원까지 내며 불복했으나 2008년 헌재 "변호사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더라도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세무사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 회장은 "이번 임기 내에는 첫 임기보다 더 확실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약력 ▦1955년 충북 충주 ▦명지대 경영학과 ▦동국대 대학원 ▦1975년 제12회 세무사시험 합격(최연소) ▦1977년 세무사 개업 ▦1996~1998년 제13대 한국세무사고시회장 ▦2003~2005년 제23대 한국세무사회장 ▦한국조세연구소장 ▦대통령자문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현) ▦국세청 국세행정위원회 위원(현) ▦아름다운재단 위원(현) ▦부총리겸재정부장관 표창, 동탑산업훈장, 국세청장 표창 및 서울지방국세청장 표창
전담인력 채용 명의대여 근절 상시 모니터링
창설 50주년 맞아 부설 공익복지재단 설립도
■사회봉사 등 위상 강화 활동도 활발 정구정 신임 세무사회장의 최대 역점사업은 세무사무소 통합과 사후신고검증제 도입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작업은 업계의 판도를 재편하거나 세무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어서 하나같이 쉽지 않다. 정 회장은 이 같은 굵직한 공약 외에 세무사 업계 발전과 위상 강화를 위한 세심한 공약들도 빠뜨리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세무사 업계가 신뢰 받는 전문가집단이 될 수 있도록 윤리정화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정화조사 전담인력을 채용해 '정화조사전담팀'을 만들어 명의대여 근절 등 상시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세무사 명의를 대여해주는 비윤리적인 영업행태가 일선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정계산서 특별감리팀을 신설해 조정계산서의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재교육제도도 강화한다. 조세전문가로서 전문성과 윤리성에 대해 5년마다 재교육받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내년 세무사회 창설 50주년을 맞아 공공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기로 했다. 세무사회 부설 공익복지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추진해가며 세무사회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세무사회의 독자적인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무사업무 수행에 필요한 세무 컨설팅 등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일선 세무사무소에서 직원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어 세무사회 차원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내년 세무사제도 창설 50주년을 기점으로 세무사들이 적정한 보수를 받고 양질의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세무대리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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