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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지 않는 백남준 기념사업

■ '굿모닝 미스터 오웰' 30년… 다시보는 백남준

일본인 조카가 저작권 보유… 연구·유작관리 등 어려움

미술시장서 작품 저평가… 기념사업 남발도 문제로

백남준은 일본 출신의 동료 예술가 구보다 시게코와 결혼했으나 자녀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저작권과 법적 권리 승계자로 큰 조카 하쿠다 켄 백을 지목했다.

국외에 있는 저작권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 보니 백남준에 대한 작가 연구 및 유작관리, 아카이브 구축, 전시·출판 등 관련 사업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게 미술계의 불만이다. 또한 백남준과의 친분을 내세운 기념사업의 남발과 전시 행정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백남준의 이름을 내 건 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부지를 확인하고 허락한 경기도 용인 신갈의 경기문화재단 산하 '백남준 아트센터'가 유일하다.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말년의 백남준은 죽기 전까지 '아리랑'과 '엄마'를 웅얼거릴 만큼 고국을 그리워했다. 한국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짓길 바랬고 2001년 당시 임창열 경기도지사와 뜻이 맞아 현 미술관 자리에 건립을 허락했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미술관 애칭도 직접 지어주었지만 완공이 지연되는 바람에 백남준아트센터는 작고 후 2008년에 개관했다. 그러나 몇 년 전에는 '백남준미술관'을 앞서 1999년에 상표등록한 경북의 모 대학 교수와 경기문화재단이 법정다툼까지 벌였다. 분쟁은 경기문화재단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백남준 기념사업을 추진했으나 저작권자의 제동과 전시 행정에 대한 지적이 뒤따랐었다. 지난해에는 백남준문화재단이 발족해 옛 경기고 터인 현 정독도서관에 '백남준 기념관' 건립과 작품 목록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취지는 좋으나 백남준의 모교인 경기고 출신이 주축이 돼 비전문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시장에서의 작품 저평가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백남준의 작품은 공개 경매에서 6억원 선에 팔린 것이 최고가다. 작가 위상에 비해 턱없이 낮다. 모니터로 이뤄진 작품의 기술적 한계와 보존성이 문제지만, 국내 미술시장의 지지가 빈약한 것도 원인이다.

미술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백남준이 유명해지니 그를 두고 '호가호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연과 이름을 팔기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다"며 "백남준 연구를 위한 연구자 육성이 우선 필요하고, 모니터 설치작품이라는 한계로 시장성과 수요확장이 어려운 만큼 미술관 소장과 미술관 기획전이 많이 열리는 '뮤지엄 아티스트'로 만들어야 파급력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소호의 백남준 작업실 근처에 도널드 저드, 댄 플래빈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장이 리노베이션 후 재개관 해 명소가 된 것을 예로 들어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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