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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무상… 전국민이 '복지 인큐베이터' 속으로

정부 만능주의에 빠져들고 있는 대한민국<br>무상보육·양육수당등 남발 청년 대책만 10여개 달해<br>편가르기 통한 增稅태세 유럽같은 재정위기 올수도



"자본주의 2.0(정부 만능주의)은 자본주의 3.0(시장 만능주의)만큼이나 현란하게 부서진 시스템이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이자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아나톨 칼레츠키는 시장 만능주의인 '자본주의 3.0'의 다음 단계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팽창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시장 만능주의에서 시작됐다면 현재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재정위기는 전국민의 복지를 무조건 국가에 의존하는 이른바 '정부 만능주의'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실패로 판가름 난 정부 만능주의가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에서 자라나고 국민 상당수가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우리의 복지 실태가 그만큼 열악한 탓이 크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한창이고 나라 곳간도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에 영합하기 위해 사실상 전국민을 '복지의 인큐베이터'에 넣고 있는 상황을 방관할 경우 유럽 이상으로 무서운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선진국도 폐기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부활=과도한 복지 혜택의 싹이 보인 것은 지난해 말 국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부터다. 당초 정부는 올해 5세를 대상으로만 무상보육을 실시하려 했지만 여야는 예산 심의과정에서 정부와 협의도 없이 0~2세 영아까지 포함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사각지대에 놓인 만3~4세 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급기야 정부는 한 달도 안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해야만 했다.

섣부른 복지 확대가 부작용을 낳고 만 것이다. 이번에는 아이를 집에서 키우는 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한나라당은 최근 5세 이하 아이에게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월 22만~23만원씩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다시 내걸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무상보육이라는 개념도 없던 나라가 전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복지의 청사진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20~30대 청년층에 대한 여야의 복지공약은 너무 화려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다.

반값 등록금을 시작으로 중소기업 취업대학생 1년간 등록금 면제, 대기업 청년 의무 고용할당제, 청년실업자 구직촉진 수당지급, 병사 월급 상향 조정, 법인세를 통한 청년 희망기금 조성 등 여야가 추진하는 청년복지 대책만 줄잡아 10여개에 달한다. 문제는 경제를 살려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정책은 보이지 않고 단순히 재원을 배분해 청년 실업자를 위로하자는 식의 포퓰리즘 공약만 난무한다는 점이다.



야당이 주장한 법인세를 통한 청년 희망기금 연 2조원 조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용을 늘리려면 기업을 살려야 하는데 기업을 압박해 청년에게 취업 자금을 지원한다는 식의 자기 모순에 빠져 있다.

서민 100만가구를 대상으로 전ㆍ월세 대출이자를 절반 가까이 낮추겠다는 여당의 발상은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고 야당이 주장하는 전ㆍ월세 상한제의 경우도 오히려 전ㆍ월세 공급물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많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국가 캐치프레이즈를 걸며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복지정책을 표방한 영국은 물론 북유럽 국가들까지 재정여력을 이유로 복지축소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가 만능주의'에 기승한 이분법적 분열주의…무리한 증세 남발도=더욱 문제는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정치권이 과도한 공약을 남발하면서 국가 만능주의에 이어 분열주의를 꺼내 들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과 국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이른바 이분법적 사고가 비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기업은 길들이는 대상이다' '정부가 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식의 정부 우월주의의 논리가 깔려 있다.

더욱이 복지를 축으로 한 국가 만능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증세, 특히 가진 자에 대한 무리한 과세를 밀어붙이면서 조세 체계를 무너뜨리고 분열을 부추기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야당이 꺼내 들었다가 스스로 의미를 축소한 재벌세 논란만 해도 증세와 포퓰리즘이 교모하게 합작한 결과물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이 같은 정부 만능주의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경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선거와 재벌이 늘 불편한 동거를 해왔고 선거 때마다 무분별한 복지 공약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국가 부채가 국민의 생존을 좌우하고 기업 활동이 곧 국가 경쟁력인 현시점에서 나온 공약들 치고는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국책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복지지출은 한번 늘어나면 되돌릴 수 없고 기업규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설익은 정부 만능주의 논리로 공약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여야 공약 중 절반만 차기 정권에서 시행된다고 해도 국가적으로 심각한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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