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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선물이야기] 로켓 사이언티스트
입력1999-03-03 00:00:00
수정
1999.03.03 00:00:00
1969년 미국의 달탐사가 끝나면서 나사(NASA)에 취직했던 물리학자, 수학자, 통계학자들이 대거 월스트리트에 진출한다.70년대 초반 이들 로켓 사이언티스트들은 엉뚱하게도 선물·옵션이라는 새로운 금융분야를 개척하게 된다.
옵션가격결정 모델인 블랙-숄즈 공식은 71년에 발표됐는데 이 공식을 만든 경제학자들 역시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블랙-숄즈 공식이 나오면서 비로소 옵션이라는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 공식은 일종의 수학 방정식이다. 이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라운 운동」이라는 물리 현상을 알아야 한다.
작은 접시에 물을 담고 송진가루를 뿌려두면 가루들이 매우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브라운 운동이라고 있다.
블랙-숄즈 모델은 브라운 운동을 통계학적으로 해석한 수학공식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선물·옵션 거래의 근간에는 수학, 물리학, 통계학과 같은 자연과학 법칙이 숨어있는 것이다.
미국의 은행, 증권사에는 이과출신 딜러, 분석가가 많다. 이들은 수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경제동향을 분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는 아직도 이과출신 선물딜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우, 현대, 삼성, LG, 대신증권등 국내 5대 증권사의 선물딜러는 모두 27명.
이중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16명, 경제가 6명, 통계학 2명, 철학 1명, 영문학 1명 그리고 상고출신이 1명이다. 정통 물리학, 수학을 전공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블랙-숄즈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선물딜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게임의 법칙, 게임의 철학을 모르고서 게임을 한다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다.
금융산업은 이제 인문사회과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70년대초 로켓 사이언티스트를 고용, 파생금융상품 연구에 투자하므로써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 소립자 물리학을 전공한 은행장, 양자역학 학위논문을 쓴 증권사 사장은 SF소설에나 나올 꿈같은 이야기일까.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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