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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심 놓친 무상보육 후퇴 논란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월 20만~10만원의 영유아 양육보조금(만 0~2세는 모두, 만 3~5세는 보육시설 미이용시)을 소득 하위 70% 가정에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종일(終日) 무상보육 시행으로 어린이집 이용자가 급증, 예산이 낭비되고 실수요자가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업주부 가정 등에 대해서 반일(半日)보육료 지원을 기본으로 하기로 했다. 예산 부족과 '전계층 보육료 전액지원'에 따른 소득역진성 논란, 어린이집과 이용 아동 부모의 도덕적 해이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고심의 산물이다.

보육시설 이용 선택권 강화 긍정적

이 같은 대책이 내년 예산에 반영돼 시행되면 만 0~2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소득 상위 30% 가정의 경우 올해에는 정부에서 책정한 보육료(종일보육 월 39만4,000~28만6,000원)를 100% 지원받지만 내년에는 양육보조금을 뺀 금액만 지원받게 돼 불만이다. 전업주부 가정에서 종일보육비를 지원받기도 쉽지 않아진다.

여야 정치권 모두 정부의 '전계층 0~2세 무상보육'정책 후퇴를 비난하고 있어 새 정책은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모의 근로형태ㆍ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고 가정에서 자녀를 제대로 보살피기 어려운 이유도 무척 다양할 것이므로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아동을 구별해내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장시간 보육에 익숙한 일부 부모들이 반발하고 초기에는 다소의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 보육정책이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 정책의 핵심은 보육 서비스를 부모의 근로와 연계하고 양육보조금 지원대상을 확대(소득 하위 약 15→70%)해 부모에게 보육시설 이용 여부 및 이용 정도(종일ㆍ반일ㆍ일시 보육)에 대한 선택권을 줬다는 데 있다. 모든 아동에게 일정 시간의 보육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보장하고 부모의 근로, 가족 간호나 출산 등으로 일정 시간 이외에 추가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장시간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정책은 보육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 공공보육 서비스 제공이 국가의 의무이고 이용을 아동의 권리로 보는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에서도 부모의 근로 여부에 따라 차등화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가정에서 기르고자 할 경우 이를 돕는 다양한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양육보조금을 부모에게 지원, 어린이집 이용시 이를 보육료로 지급하게 한 것도 지원 방식을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정에서 자녀를 기르고 싶어하는 부모의 선택을 존중하고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 제도를 고쳐 시설보육 쏠림 현상을 줄이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양육보조금을 5만원가량 인상할 필요는 있다.



양육보조금 0~2세에 한정해야

다만 누리과정 적용 대상인 유아(만 3~5세)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안 다니면 월 10만원씩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다. 누리과정, 특히 만 5세 누리과정은 모든 유아가 교육받아야 하는 사실상의 의무교육 확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의무교육인 초ㆍ중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보조금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양육보조금은 영아에 한정해야 한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전계층 무상보육은 시행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무상보육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말로는 막기 어려운 강한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 서비스가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이기는 하지만 사회활동을 하는 부모를 둔 자녀의 전유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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