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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집권 5년간 부동산시장은 최악의 침체가 지속됐다. 수도권의 경우 고점 대비 집값이 30~40% 하락한 지역이 수두룩하며 집권기간 내내 심각한 전월세난을 겪었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고 전셋값이 오르지만 주택거래는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대출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대출금 이하로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는 현정부 말 국가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자리잡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정책도 이런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과 전월세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에 집중돼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보유주택 지분매각제, 행복주택 20만가구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문제의 핵심인 '거래 활성화'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 대선과정에서 언급한 '취득세 감면연장' 정도가 전부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거래시장이 활성화돼야 현재 부동산시장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시장의 주택구매 심리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가 하우스푸어·서민주거복지 해법=주택거래 활성화가 쉬운 과제는 아니다. 현정부도 5년간 20여차례에 걸쳐 관련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의 대책발표도 시기를 놓친데다 단기적 처방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은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구매력이 되는 사람도 집을 사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더 이상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우선 올해 말로 종료되는 취득세 감면혜택 연장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새 정부가 주택거래 침체를 이대로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 일부에서는 일시적 감면보다 전반적인 적정세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일몰과 연장을 반복하는 단기처방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중장기적인 주택정책 기조와 계획상에서 각종 정책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새 정부 '거래 활성화 의지' 보여야=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양도세 중과 폐지' 등 각종 규제완화 대책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지속적인 규제완화 실행과 기존에 발표된 정책 수행으로 정책 신뢰도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새 정부 출범 이전의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부분적인 제도개선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위축된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추가 하락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재생사업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면 이주와 입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택거래가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업진행 의지가 있는 곳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높이고 세제혜택 등 일정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금자리주택 정책 원점서 재검토 필요=보금자리주택 정책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싼 값에 대량으로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 때문에 민간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수요자들이 보금자리주택 공급만 기다리며 주택을 구입하지 않아 거래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귀 기울일 만하다. 시장에서도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분양주택 중심의 보금자리주택을 임대주택 위주로 돌려 공공임대주택 비축물량을 늘리고 일부 지역에 대량 공급하는 방식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팀장은 "분양주택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공급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인위적으로 민간주택 수요를 감소시킨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주거복지 공약 실천도 좋지만 실효성 위주로 옥석 가려라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공적자금 투입하는 보유지분 매각제도 도덕적 해이 우려 목돈 안 드는 전세제 집주인 의지에 달려 "현실성 결여" 지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정책은 서민주거 안정화와 주거복지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이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를 위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다. 수도권 유휴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값싼 임대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는 공약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약의 도입취지와 아이디어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 차장은 "보유지분 매각제도의 경우 현재 은행에서 시행하는 제도와 비슷한데 신청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처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분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을 집주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일부 재정지원이 되면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하면 완벽하게 빚을 청산할 수 있겠지만 시세보다 낮게 처분할 경우에 대한 후속대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분을 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에서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더욱 실효성이 떨어지는 공약으로 거론된다. 집주인에게 이자상당액(4%)의 과세면제 및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40%)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도 사실상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는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차장은 "지금도 전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 당사자가 될지는 의문"이라며 "소득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한다고 해도 대출부담을 지는 집주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 당선인의 공약은 실행한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하우스푸어 공약은 금융당국과의 논의가 필요하고 렌트푸어 공약은 현재와 같은 혜택으로는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추가 인센티브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철도부지 위에 서민주택을 건설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전문가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진동과 소음이라는 숙제를 해결한다면 시행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차장은 "토지보상 비용이 들지 않아 바로 공사가 가능하므로 실행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주거의 질과 활용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통령 취임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본격적인 공약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현가능성이 부족한 공약은 솎아내고 대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대선기간에 다소 이상적인 공약을 내놓았다면 이제부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일반 여론을 받아들여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