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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요즘 중국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넘어 두려움이 앞선다. 우리와 눈높이가 같아진 기술력, 폭발적인 성장세, 게다가 정치적 안정까지 갖춘 중국은 이제 세계 모든 개발도상국의 역할 모델이 됐다. 반면 우리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도 동요가 심하다. 정치적으로는 시대에 뒤진 이념 대립이 빚어지고 있다. 가족이라는 최소한의 울타리만 벗어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국민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정당, 개혁과 인권을 외치는 시민단체, 통일과 진보를 전세 낸 것처럼 들먹이는 재야인사는 수 없이 늘어만 가는데 정작 삶의 여건은 악화만 되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에는 상류계층의 도덕적 해이, 추한 먹이사슬을 연상케 하는 부정부패, 독재정권의 권위적 잔재들이 횡행했다. 이에 대한 청산작업은 시급하며 영원히 진행형이 돼야 한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이 같은 부정적 요인들까지 커버하면서 한국을 성장 궤도에 올려 놓은 사회적 중심가치들이 있었다. 실제와 효용을 바탕으로 한 국익(공익) 추구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이 땅을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경제국가로 만들어 놓았다. 질서와 기강으로 대변되는 합리도 성숙한 시민사회 잉태의 동력이 됐다. 불합리한 요구에는 권력의 정당한 지배나 법의 철퇴가 가해졌으며, 사회 구성원들은 합리를 전제로 최적의 조합을 엮어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국익이란 말은 퇴물 대접을 받고 있다. 법 위에 떼거지 정서가 군림하고, 기다리는 노력보다는 한탕주의식 횡재에 목을 멘다. 특히 집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사라진 자리에는 얼짱과 몸짱, 연예인 누드에 열광하는 문화적 가벼움만 가득 고이고 있다. 사회적 중심가치는 어느날 공장에서 홀연히 찍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치 지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 화합과 단결, 그리고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최근 명분과 당위를 간판으로 내 건 무수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내면은 온통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되는 상대 부정으로 도배질 돼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 원하는 것만을 개혁이라 칭하고 이를 위해 `악랄하게 전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철 지난 이념적 광기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는 일본식 장기불황 조짐에 남미식 사회분열까지 앓고 있는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구영 국제부 차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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