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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식스맨'이 필요하다

5대그룹 쏠림 심해지는 한국경제… 500대 기업 순익의 80% 이상 차지

국민연금 주식투자액 3분의 2 집중

특정기업 편중 땐 지속성장 난항… 노키아 의존 핀란드 반면교사

경제활력 살릴 '식스맨' 발굴을


최근 두 달 남짓 '식스맨(Sixth Man)'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지상파방송 예능프로 '무한도전'에서 6번째 새 식구를 뽑는 과정에서 생긴 논란 때문이다. 예비 후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유력 후보였던 개그맨이 과거 여성 비하 발언에 휩싸여 중도 하차한 것. 네티즌의 거센 반발 탓에 그는 연예계 생명까지 위협 받는 처지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돌 가수 출신이 식스맨으로 결정돼 수그러드는 듯했지만 입방아는 여전하다. 새 멤버에 대한 호불호 격론이 급기야 반대서명 운동으로 번졌다. 무한도전이 뭐길래 하는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만큼 이 프로를 애청하는 '덕후(마니아)' 들이 많다는 뜻일 게다. 넘버 1·2도 아닌 식스맨 선발을 두고 인터넷이 들썩거릴 정도니 경쟁사 입장에서는 열기가 부러울 만하다.

식스맨은 농구에서 주로 쓰는 용어다. 핵심 선수와 비슷한 비중을 가지는 6번째 선수를 말한다. 주로 경기 흐름을 바꾸거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 중간에 교체 투입된다. 일종의 키 플레이어다. 선발 5명이 경기 시간을 다 채우기 힘든 농구 특성상 무엇보다 주전에 뒤지지 않는 기량이 요구된다. 능력은 있으나 포지션이 애매한 선수가 식스맨을 맡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경기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한 가지 이상 빼어난 특기가 있는 게 보통이다. 최초의 식스맨은 1960년대 미국 NBA 보스턴 셀틱스에서 활약한 존 하블리첵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팀 내 에이스였지만 식스맨으로 들어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곤 했다. 식스맨의 역할이 커지면서 NBA에서는 물론 우리 프로농구에서도 해마다 '올해의 식스맨'을 선정해 상을 준다.

무한도전의 식스맨 선정 속내는 난국 돌파다. 불미스러운 일로 스타팅 멤버가 코트에서 나간 위기의 순간에 식스맨으로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제작진은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다잡고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데 식스맨 투입이 제격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농구 감독들이 바라는 식스맨 효과와 유사하다. 노림수는 지금까지는 효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주춤하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되살리는 데 성공하고 프로그램 영향력을 보여주는 콘텐츠 파워지수(CPI)도 굳건히 선두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기존 멤버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춘 식구를 고르려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통과의례로 인정해줘도 될 듯하다.



농구에서나 무한도전에서 보듯 식스맨 투입은 일종의 반전카드다. 구성원 모두에 긴장감을 주면서 새로운 활기를 돋운다는 면에서 그렇다. 경기침체 속에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우리 산업계에도 식스맨이 필요하지 싶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500대 기업 계열사 가운데 5대 그룹 소속사는 20%에도 못 미치지만 매출 비중은 45%에 육박한다. 순익을 보면 80%가 넘는다.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도 주식에 투자한 68조원 중 67%를 5대 그룹에 쏟아붓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5대도 아닌 2대 그룹 편중이 걱정거리다. 삼성·현대차를 뺀 나머지 그룹들의 경영실적이 3년 전부터 많이 부진한 탓이다. 경제력 집중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노키아에 지나치게 의지하다 나라 경제마저 휘청대는 핀란드의 현실을 한국 경제에 대입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쇼크에 화들짝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쏠림 심화는 경제 전반에 울리는 경고음이다. 몇몇 그룹에 집중된 산업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건 불문가지다. 지금이라도 식스맨 발굴에 나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지 않겠나. 이를 가능하게 할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기업가 정신 고취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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