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빈은 백의 우세를 잘 알고 있었다. 장쉬가 81 이하 85로 수습을 서두르자 더이상 괴롭히지 않고 백86으로 자체 보강을 해버렸다. “현명한 생각이야. 괜히 공격에 몰두하다간 역습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요.”(서봉수 9단) 아직 연결고리가 불확실한 흑으로서는 흑87로 모는 수를 생략할 수가 없다. 이때 위빈이 또 손을 돌려 백88로 중앙을 정비하자 서봉수가 특유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잘 차는 위빈이야. 부자가 거지와 싸워보았자 명주바지만 찢어진다. 이거지.”(서봉수) 아직도 연결이 덜 되어있는 처지라서 흑은 89로 또 따내지 않을 수 없다. 위빈의 백90을 보고 서봉수가 또 웃었다. “하하하, 잘 찬다. 첫판은 위빈이 이겼어.” 사실 백90은 긴요한 수순이었다. 그냥 참고도1의 백1로 중앙을 보강하면 흑2가 좌변의 백대마에 대하여 선수가 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아주 크다. 게다가 백90은 그 방면의 흑대마 전체의 안형을 위협하고 있다. 흑91로 도주한 것은 절대수. 흑93으로 재차 손을 쓴 것도 게을리할 수 없는 수순이다. 이 수를 생략하면 백이 가로 붙여 대마를 차단하게 되며 그것은 대형사고로 연결될 것이다. 흑93이 놓인 지금은 백이 참고도2의 백1 이하 5로 차단하는 수가 성립되지 않는다. 흑6, 8의 묘수가 있기 때문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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