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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18일] 산업연구원 '엉터리 용역 보고서' 책임은?

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산업연구원 보고서가 나왔다. 해외에서 휘발유를 수입해 국내에 팔면 국내에서 정제해 파는 휘발유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리터당 42원이 싸다는 요지였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7월 기준으로 하면 수입해서 팔 때 리터당 무려 365원이나 싸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을 부풀려서 팔고 있다는 논리였다. 물가 정책을 맡고 있는 정부 부처가 이 같은 보고서를 공식 채택했기에 그 무게감은 남달랐다. “다른 공산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도 추가 가격 여지가 있다”며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 감독이 특히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보고서 결론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은 불과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연구원 측은 지난해 7월 수입제품 가격을 적용할 때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하며 365원이 아닌 162원이 싸다고 해명했다. 올 3월 기준치는 똑같았지만 대신 결론이 바뀌었다. 연구원 측은 기자의 취재에 “40원 정도 가격 차이는 시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가격 차이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애초부터 엉터리였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보고서를 발주한 재정부의 해명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검증 차원에서 발주한 보고서였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고 민감해 하는 휘발유 가격을 분석한 보고서가 별 의미가 없다면 애초부터 유가 관리에 방향도 의지도 없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 모든 해프닝의 근본 원인은 정유사들이 매기는 휘발유 가격을 국민들이 불신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인 현재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배럴당 145달러를 찍었을 때와 리터당 200원 정도의 가격 차이에 불과하다. 정유사들은 과다한 세금과 유통 마진 등 온갖 이유를 댄다. 그 이유가 논리적으로 맞을지는 몰라도 힘없는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정유사들은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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