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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보다 불과 한 단계 높은 'BBB-'로 떨어뜨렸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 야당은 이번 등급강등을 정치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S&P는 24일(현지시간)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BBB-'는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다만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로 올려 당분간 신용등급 조정은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S&P는 신용등급 발표와 함께 낸 성명에서 "몇년간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재정확장 정책으로 정부부채가 늘고 있다"며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수행 능력 저하와 경상수지 악화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2년 동안도 경제성장이 부진한 투자와 노동인구 증가세 둔화 등이 겹쳐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외부 충격에 대한 정부의 운신폭도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2010년 7.5%의 고성장을 기록한 후 하락세로 돌아서 2012년과 지난해 각각 1%와 2.3% 성장에 그쳤다. S&P는 올해 경제성장률도 1.8%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신용등급은 약 10년간 경제성장을 반영해 꾸준히 상향돼왔으나 이번 강등 결정으로 상승세가 끝났다.
이에 대해 브라질 재무부는 성명을 내 "S&P가 다른 주요국보다 탄탄한 (브라질의) 펀더멘털을 간과했다"며 "브라질 외환보유액은 세계 5위로 외부 충격에 취약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S&P의 조치가 무디스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디스와 피치의 브라질 신용등급은 각각 'Baa2'와 'BBB'로 모두 투기등급에서 두 단계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10월 대선 전에 신용등급을 조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재선을 노리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43%의 지지율로 야당 후보들을 두 배 이상 앞섰다. 하지만 야당은 호세프 정권이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쟁점화할 태세를 나타냈다. 당장 제1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대선후보 아에시우 네베스는 "신용등급 강등은 정부의 재정수지 조작과 지나친 공공지출, 인플레이션에 관대한 태도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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