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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개혁, 국제기준 맞게해야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탄핵정국이 끝나고 정치일정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는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고유가, 중국의 긴축, 미국의 금리인상 등 해외의 트리플 악재도 있지만 국내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혁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경제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꼭 지금 개혁을 해야 하느냐는 주장과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열망을 즉각 개혁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 이는 개혁을 아전인수 격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첫째, 개혁은 있는 자로부터 빼앗아 없는 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국가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개혁이다. 우리나라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가족중심의 기업경영체제와 물리적인 충돌과 극한 투쟁방식에 익숙한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경제가 나쁘다고 해서 늦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시장 기능을 제고하고 정부 규제를 완화하며 사회보장비용의 공적 부담을 줄여나가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우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올바른 개혁은 성장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촉진하는 것이다. 우리의 외환위기도 개혁을 통해 극복됐고 영국경제의 회복과 미국경제의 성장도 개혁을 통해 이뤄졌다.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은 정치적 안정을 이룩한 한국이 해야 할 일을 경제개혁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들이 얘기하는 개혁의 초점은 분배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선진화, 기업의 투명성 제고, 정부의 규제완화, 노동의 유연성 확보다. 둘째, 개혁은 국가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며 정치(politics)가 아니라 정책(policy)에 의해 완성된다. 지난 70년대 새마을운동처럼 최고통치자의 뜻에 의하거나 중국의 홍위병처럼 열풍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국가운영의 제도적 틀을 만들고 실행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집행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정부와 국민들이 국가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개혁의 방법이다. 우리나라가 가입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ㆍ금융ㆍ교육ㆍ고용ㆍ사회보장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선진국의 이론과 경험을 통해 최선의 정책모델을 구축했는데 우리의 제도개혁을 위한 훌륭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제도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까지 길게는 수십년의 정책개발과 적용기간이 소요된 사례가 적지않을 정도로 중요한 개혁은 치밀한 플랜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뤄졌다. 정책으로서 검증되지 않은 의견이나 주장은 개혁이 아니라 실험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개혁은 정책담당자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정치가들은 여론을 수렴하고 학자들은 이론을 개발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가운영 시스템을 실제 기획집행하는 정책담당자들의 손을 거쳐야 개혁이 완성된다. 재야운동이나 시민단체의 활동과 뚜렷이 구별돼야 하며 노동조합과 같은 이익단체의 요구에 따라 결정될 성질이 아닌 그야말로 제도권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국가의 개혁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책임을 지는 행정부처와 각급 정부기관이 중심에 서야 하며 여기서 일하는 정책담당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관료들이 타성에 젖어 개혁을 추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배제한 채 개혁을 추진해서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정치엘리트가 경제를 조정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경제의 틀 속에서 발전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할 개혁의 기준은 국제적인 규범과 관행이다.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기보다 실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분석자료와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국가경제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가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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