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지난 20년간 규제 실패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심 규제를 철폐하고 메가 샌드박스와 같은 파격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4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새 정부 규제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송승헌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 대표는 “한국 경제가 1960∼80년대 중화학 공업으로 1980∼2000년대 첨단 제조업으로 전환하며 성장했지만 최근 20여년간 새로운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대표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대지만 현행 규제는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한 번 만들어진 규제는 대부분 강화되고 기업들이 변화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기 어렵다 보니 결국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메가샌드박스를 도입하거나, 산업군 리스크(위험)를 고려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메가샌드박스는 혁신 산업자에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메가(광역) 단위로 넓힌 개념이다.
발제를 맡은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규제는 논의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메가 샌드박스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특정 구역 내 상속세를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연구개발(R&D) 특구에 탄력 근무제를 허용하는 식으로 지역 맞춤형 특례를 적용해 규제를 풀자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공무원이 규제 유지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규제혁신의 공수 전환’과 범부처적 규제개선, 샌드박스 데이터 축적 후 선제적 법령 정비,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도입 등의 대안도 제시됐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규제혁신이 과감한 투자를 끌어내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균형발전, 출생률 제고 등을 이루는 선순환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주도 성장이 실현되기 위해 기업이 과감히 도전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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