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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28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의 친서민ㆍ공정 드라이브에 밀려 주도권을 빼앗긴 민주당이 10ㆍ3전당대회에서 손학규 체제를 출범시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특히 정동영ㆍ정세균 최고위원 등 거물급과 개혁 성향의 이인영ㆍ천정배 최고위원 등이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함으로써 당의 변화를 예고했다. ◇손학규 승리는 정권교체 위한 ‘전략적 선택’=손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승리한 것은 지난 2002년 대선 경선에서 영남의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호남권 등 전통적 지지층이 손 대표에게 기회를 줬다는 평가다. 비록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ㆍ장관ㆍ도지사를 역임하기는 했지만 2007년 말 대선에서 참패했던 당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경험이 있는 만큼 비호남 출신(경기도 시흥)인 그를 내세워 지지세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6ㆍ2지방선거에서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 등으로 외연이 넓어지는 상황에서 손 대표에게 전국정당 발돋움이라는 과제를 부여해 정권교체의 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모든 힘은 국민에게 있다고 믿고 폭풍처럼 밀고 나가겠다. 동과 서, 진보와 개혁, 노동과 기업, 수도권과 지방, 세대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승리의 대장정을 선언했다. 다만 손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오기 위해서는 차기 대선 1년 전(내년 12월)까지 사퇴해야 해 오는 2012년 4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당내 계파 간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원들은 또 2007년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상임고문과 지난 2년여간 당을 무난히 이끌며 6ㆍ2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앞장섰던 정세균 전 대표에게도 상당한 지지를 보내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정동영ㆍ정세균 새 최고위원은 모두 전북 출신이다. 이와 함께 486그룹의 대표주자격인 이인영 전 의원을 4위, 개혁성향의 천정배 의원을 5위로 각각 선출한 것은 한나라당과 차별화되는 개혁성을 강화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옛 민주계의 정통성을 가진 박주선 의원도 지도부에 진입함으로써 당의 안정감을 추가했다. 하지만 정세균계인 최재성 의원은 486그룹 간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쓰며 8위 중 7위로 낙선의 쓴맛을 봐야 했다. ◇지도부 간 대권 전초 신경전 만만찮을 듯=2년8개월 만에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 당의 스타급 정치인들이 지도부에 대거 진출함으로써 민주당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일부에서는 “열린우리당 시절처럼 지도부 내에서 갑론을박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대체로 “집권여당에 맞서 민주당의 힘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물론 정동영 최고위원이 강조한 ‘담대한 진보’ 노선의 실천을 위한 부유세 당론 채택 요구와 천정배 최고위원 등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장 등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놓고 새 지도부 간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유력 정치인들의 권력분점이 이뤄지는 집단지도체제하에서 손학규호가 순항하기까지는 다소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손 대표는 ‘실천적 진보’와 ‘더 큰 진보’를 내세우며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광폭행보에 나서 포용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정당에서 중도정당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한나라당에 맞서 중도층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전략이다. 개혁과 진보뿐 아니라 중도세력의 마음까지 얻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소위 ‘삼합필승론’이다. 당내에서도 그동안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친노 486그룹을 포용하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대해 낮은 자세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한 러브콜도 계속할 계획이다. 대여관계에서는 선명성을 강조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민생 문제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도부 내 대권경쟁도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빅3 모두 정권교체를 화두로 제시한 만큼 그에 걸맞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 대권후보군과 차별화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민주당 지도부에 맡겨진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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