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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과 정치권력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변호사>

철도공사(옛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개발 투자의혹 사건(유전게이트 사건)에서 감사원이 5개월 동안 조사해도 정치권 관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으나 검찰은 수사 개시 20일 만에 관련자 5명을 구속시키고 22명을 출국금지하는 등 여권의 핵심을 향해 점점 매섭게 파고들고 있다. 지금 검찰과 정치권력은 또 한번 숙명적 긴장 관계에 있다. 검찰은 정치권력에 의해 탄생하지만 그 정치권력을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은 항상 남용되기 마련이고 부패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검찰의 영원한 숙제로 남게 된다. 그동안 역대 정권의 수많은 권력형 비리 사건이 축소되고 은폐돼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묻혀버린 것은 검찰이 권력에 굴종해 공정한 수사를 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시 검찰총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기는 하나 임기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임기 도중 법무부 장관이 되는 길이 만들어져 있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권력은 이러한 미끼로 검찰을 길들여왔다. 그래서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불신을 받았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검찰을 우선적 개혁 대상으로 삼아 검찰 수뇌부를 대폭 교체했다. 그 후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에서 보여주듯 대통령 측근과 집권여당의 대표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수사를 해 실체적 진실을 밝힘으로써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당 정도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만큼 정치권력은 여전히 자신에 의해 임명된 검찰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도리어 자신을 겨냥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 “검찰이 너무 막강해져서 견제가 필요하다.” 검찰 사무의 최고책임자로서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 총장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을 가진 당시 법무부 장관의 말이다. 대선자금 수사에서는 이를 지휘한 검찰 총장의 말처럼 정치적 외압도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력은 드디어 자신으로부터 태어났음에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검찰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대통령 직속기구 밑에 두는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를 만드는 방안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제도 이상의 권력을 내놓으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이제 정치권력은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는 안되고, 정치권력만이 공정하며 옳기 때문에 어떤 비리에 대해서도 권력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는 이미 검찰을 신뢰하고 있다. 지금 검찰 권한이 막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력이다. 그래서 국민은 지금의 유전게이트 사건에서도 “권력의 핵심이 개입됐는지 실체를 밝혀내라”고 검찰을 독려하고 있다. 검찰의 강도 높고 빠른 수사는 ‘특검법안’도 잠재우고 있다. 이번 수사는 취임과 함께 수사권 조정, 형사소송법 개정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검찰총수 김종빈호(號)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것인가를 가늠하게 하는 첫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견제로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결국 검찰의 독립과 중립성을 다시 흔들어 정치권력의 입맛에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권력이 정치권력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정당성과 명분을 찾기 어렵다. 국민은 지금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공적(公敵)에 대한 비리 사건에서 검찰이 정치권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기를 원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검찰 견제론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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