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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9월 1일] 진정한 상생을 위하여

국내 대형 할인점의 숫자가 400개에 육박하고 있다. 할인점 한 곳이 장악하는 상권은 평균반경 2~5㎞. 인구가 밀집한 도심권에서는 2㎞ 정도로 본다. SSM이 '구멍가게반격' 초래
할인점이 처음 선보였던 초창기, 업계에서는 점포 한 곳이 아우를 수 있는 고객의 숫자를 8만명 정도로 봤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국내 할인점 400곳이 커버하는 인구는 3,600만명. 우리나라 전체 인구 4,900만명의 73%에 이른다. 하지만 73%라는 수치는 그저 통계적 수사에 불과하다. 유통업체들이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이나 산간지방에 점포를 세울 리 없기 때문이다. 이제 할인점이 들어설 곳은 거의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쟁력이 없는 재래시장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시장뿐이 아니다. 인구가 5만여명에 불과한 태백 같은 소도시의 경우 이미 오래 전에 할인점 한 곳이 문을 열자 시 전체의 상권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구멍가게는 물론 할인점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철물점까지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편의점 숫자도 늘어났다. 편의점 숫자가 1만개를 돌파하자 동네 구멍가게들도 아우성을 치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네 구멍가게들이 연합한 슈퍼마켓협동조합 등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는 했지만 대응이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오히려 편의점과의 경쟁은 앞으로 닥쳐올 기업형 슈퍼마켓(SSM)과의 경쟁을 예고하는 듯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6월 말 현재 SSM은 423곳으로 지난해 말 328곳에서 반년 새 95곳이나 늘어났다. 할인점ㆍ편의점ㆍSSM의 잇단 등장으로 한달에 수백만원씩 벌던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대형 유통업체의 점원으로 취직하는가 하면 실업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물론 ‘거대 자본의 유통 접수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느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토종 업체들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던 월마트 등 외국계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국내시장을 지켜냈다. 이들의 주장처럼 국내 유통업체들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국내 시장은 월마트ㆍ까르푸 같은 외국계 유통업체들의 손안에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대형 유통업체들은 유수의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다양한 노하우와 경영기법을 터득했다. 이들이 얻은 선진 기법이 유ㆍ무형의 자산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 같은 경쟁력은 지금 이들이 해외 진출 등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쟁력 있고 유능한 유통업체들이 왜 ‘동네 구멍가게의 저항’이라는 잠재적 역기능에 대비하지 못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적정한 선에서 수위 조절을 했어야 했다. 때문에 정부가 SSM 사업조정권의 지자체 이관 등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후에야 ‘상생’과 ‘영세상인을 점주로 하는 가맹점을 모색’하는 모양새는 도무지 세련돼 보이지 않는다.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은 8월27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창조바이러스 H2C’ 출판 기념회에서 “새로운 SSM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은 다소 줄더라도 중소상인들을 끌어안는 가맹점 방식 등으로 점포확장과 매출확대를 겨냥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몰린 영세상인의 심정과 ‘중도 실용’을 외치는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짧지 않았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사업확장과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문제들의 의미를 깊이 새겨봐야 한다. '중용의 미덕' 발휘를
아울러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하고 타협할 수 있는 중용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생 실천’의 진정성이다. 그 진정성이 오랫동안 퇴색하지 않아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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