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기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끝이 보인다’며,신용위기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다는 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인 미국 집값 하락이 둔화되든지,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 등 획기적인 시장안정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신용위기는 좀 더 오래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S&P는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금융기관의 자산 상각 처리의 종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쓴 S&P의 타냐 아작스 애널리스트는 “금융기관들이 지금까지 엄격하고 보수적인 잣대로 상각처리를 산정했다”며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돼 관련 자산 가치가 회복된다면 금융회사는 손실처리에 따른 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상각처리 규모가 1,880억 달러(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S&P가 추정한 ‘상각처리가 반환점을 돌았다’는 분석은 유효하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를 경고하기는 커녕 최고신용등급을 부여해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신용평가기관의 분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 언론들은 이 보고서에 대해 미심쩍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마켓워치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초기에 경고하지 못한 신용평가기관이 이제는 신용위기가 끝 나가고 있다고 예고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S&P의 점치기(crystall ball)가 갑자지 맞아떨어질 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도 “S&P는 2005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모기지 관련 CDO(부채담보부증권)의 85%에 대해 최고신용등급을 매겼으나 지금은 상당수 CDO가 그 가치를 완전 상실했다”며 “이 보고서는 좀 더 면밀한 검증이 요구된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용위기의 진정여부는 집값 동향이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집값 하락이 멈추지 않으면 모기지 채권과 이를 유동화 한 파생상품이 줄줄이 부실화하고, 금융기관의 손실처리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하락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어 S&P의 보고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기지채권과 파생상품의 손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P 스스로도 “이번 추정에서 아직 유동화 하지 않은 모기지 파생상품과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의 부실규모는 포함하지 않았다”며 “상반기까지 신용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금융기관들은 좀 더 광범위한 손실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P는 서브프라임보다 우량한 알트에이(Alt-A)와 상업용 모기지, 홈에쿼티론, 고위험 회사채 등을 잠재적인 부실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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