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기업과 위기의식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저가의 TVㆍ라디오ㆍ전자레인지 정도나 만들던 삼성전자의 기술력 향상을 입증하는 획기적인 사건이다.”(월스트리트저널) “소니는 이제 삼성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로이터)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가 특허를 포괄적으로 공유하는 내용의 ‘특허 동맹’을 체결한 직후 외신들이 앞 다퉈 전한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계적인 전자 업체 2곳이 특허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도 화제를 모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소니가 삼성을 제휴 대상으로 택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실제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소니의 협력 업체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임원이 일본 본사를 찾아가도 소니의 실무과장이나 대리급 직원조차 만나기 쉽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어느새 소니와 함께 합작법인을 만들어 LCD패널을 공급하고 기업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특허까지 공유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소니는 급기야 자존심을 뒤로 한 채 북미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삼성 따라잡기에 나서는 등 ‘명가 재건’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성과 소니간의 이 같은 관계 변화는 글로벌시장에서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점을 새삼 입증하고 있다. 기원전 3세기. 로마의 장수 스키피오는 포에니전쟁에서 명장 한니발을 무찌르고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점령한 뒤 불타오르는 성곽을 바라보면서 “승리를 뽐내는 로마도 언젠가는 똑같은 운명에 휩쓸리고 말 것”이라며 오히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잘나가지만 언젠가는 도전을 받게 될 것이고 또다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진리를 일찌감치 깨우친 셈이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성공에 안주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1등은 늘 외롭다. 더군다나 삼성의 경우 요즘 주변 환경을 살펴보면 스스로의 잘잘못을 떠나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저력은 있다. 얼마 전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은 삼성전자의 성공 신화를 커버스토리로 소개하면서 “삼성전자를 키운 원동력은 끊임 없는 위기 의식”이라고 결론지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5년, 10년 후에도 여전히 삼성전자가 건재한 위치에 있다면 그때도 역시 그 비결의 핵심에는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