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중국 국가주석에 선출되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중국의 자원외교를 신식민주의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해 주목된다.
아프리카 고위당국자가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석유 등 원자재를 노리고 아프리카 진출을 강화해왔지만 정작 아프리카 내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어 앞으로 양자 간 협력관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을 모은다.
라미도 사누시(사진)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12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과 관련,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주의의 문을 스스로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누시 총재는 중국을 향해 "아프리카에서 원자재를 사고 우리가 생산해야 할 공산품을 판다. 이는 식민주의의 본질적 속성"이라며 "그들은 인프라를 지으면서도 중국인과 중국산 장비를 쓰고 아프리카 현지에 기술을 이전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 교역량은 200억달러를 넘어서며 2000년 규모의 20배까지 늘었지만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 기간 12.8%에서 10.5%로 오히려 줄었다. 중국과의 교역 증가가 역내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비판은 시 총서기가 이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제5차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공)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직전에 나왔다. 시 총서기는 주석 취임 이후 러시아에 이어 남아공ㆍ콩고ㆍ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두번째 순방국가로 정할 정도로 이 지역과의 관계증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사누시 총재는 "중국은 더 이상 우리 같은 저개발국이 아니다. 서방국가들처럼 착취 형태를 갖출 수 있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규모의 국가"라며 "중국은 (이런 식의 교역으로) 아프리카의 산업 공동화 현상과 저개발로 이어지는 현 상황에 공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중국에 대한 낭만적 관점 대신 경쟁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과 아프리카개발은행(ADB)은 각국 정부에 중국과의 교역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역내무역을 증대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누시 총재는 아프리카가 중국을 극복하려면 중국이 취해온 환율조작이나 보조금 등 '포식성 무역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가 중국과 당장 이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어도 중국과 아프리카가 공존하려면 이와 같은 착취구조를 인식하고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릭스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도 4일 FT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무조건 백안시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중국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의식해 중국과의 거래를 매우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로 이익을 봐야 한다는 것은 중국도 동의하는 사항"이라며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