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인텔이 창호설비 등에 종사하는 국내 중소기업 '인텔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간판, 명함 등 모든 영업 자료에서 '인텔'이라는 표장을 삭제하고, '인텔' 부분에 대한 상호 등기도 말소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인텔캄 측은 "2003년부터 10년 이상 상표를 사용했고 원고 측과 업종도 완전히 다르다"며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텔사는 1992년부터 20년 연속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기업으로, 'INTEL'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가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영어사전에 등재될 정도의 저명성을 가지고 있다"며 "피고는 인텔사와의 별도 계약 없이 저명한 상표와 유사한 영업 표지를 사용함으로써 원고 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킨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인텔 이름 사용에 대한 부당이득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 측의 영업규모나 그 기간 등 여러 사정을 볼 때 인텔 측이 입은 손해는 10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며 일부만을 인정했다.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대기업들이 '내 이름을 쓰지 말라'며 소송을 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법원 역시 해당 브랜드가 '충분히 유명하다'고 판단한 경우는 대부분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일례로 지난 달 대법원은 이화여자대학교가 공연기획업체 '이화미디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화미디어 측에 '이화(梨花, EWHA, ewha)'라는 상호가 포함된 간판과 광고물, 블로그 등을 일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2004년 설립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자신보다 빠른 2000년 설립된 여행업체 '코레일투어'를 상대로 낸 이름 소송에 대해서도 법원은 코레일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는 "코레일투어가 '코레일'이라는 영업표지를 먼저 사용한 점을 비춰 피고에 악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둘 사이에 유사성이 인정되고 원고 측도 여행업을 운영하고 있어 둘 사이 혼동의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가 코레일이라는 표지를 사용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코레일'이라는 부분을 상호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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