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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7,000만주 대 18만주(애플과 삼성전자의 하루평균 주식 거래량)'
애플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경쟁자이지만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애플이 한 수 위다. 애플은 지난 6월9일 실시한 7대1 액면분할을 통해 55만원 안팎이던 주가를 10만원선까지 떨어뜨렸다. 애플의 기업가치는 그대로지만 액면분할로 주식 유통 수가 늘면서 하루평균 5,000만주에 가까운 주식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액면분할 전 약 1,000만주였던 일평균 거래량이 다섯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반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18만주 남짓에 불과하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3년 만에 장기 박스권 상단(2,060포인트)을 뚫었지만 삼성전자의 일평균 거래량은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량(32만2,463주)의 절반에 머물렀다. 29일 기준 애플의 발행주식 수가 60억주로 1억4,700만주인 삼성전자보다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래량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기업가치는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두 회사의 주식 거래량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개인의 시장 접근이 힘들어지고 이것이 거래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1주당 주가는 글로벌 경쟁기업 대비 10배 이상 높다.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135만8,000원으로 애플의 9만9,000원보다 14배가량 비싸다. 22만7,000원인 현대차는 1만8,000원 수준인 미국의 포드보다 20배, 포스코(33만4,000원)는 일본 신일본제철(약 3,000원)보다 주가가 100배가량 비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식 거래량에서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최근 한 달간 이들 기업의 일평균 주식 거래량을 비교해보면 포드는 2,745만6,323주로 현대차(51만주)를 압도했고 일본의 신일본제철도 3,300만주로 포스코(29만주)를 크게 앞선다.
고가주의 경우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개인의 경우 주식을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가계소득환류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개인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개인의 증시 참여와 배당 확대를 통한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당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진한 거래량을 키워 증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사의 주가가 수십, 수백만원에 달하면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액면분할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당을 통해 가계소득을 확대하려면 개인의 증시 참여가 지금보다 늘어야 하는데 액면분할만큼 좋은 유인책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주식 발행액이나 자본금 규모, 시가총액, 기업가치, 실질주가, 재무구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주가가 곧 회사의 가치이자 자존심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대형주 투자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액면분할 이후 오히려 거래량도 늘고 주가가 다시 상승하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 액면분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SK텔레콤이 액면분할한 후 아직까지 액면분할을 한 기업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가주 종목들이 액면분할을 통해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면 개인들의 증시 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이후 증시가 박스권에 머문 이유 중 하나가 가계의 증시 참여 위축이었는데 이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 국내 주식형 펀드, 신용융자 등을 포함한 가계 증시 주변자금은 2011년 94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가계의 해외 주식투자는 같은 기간 늘어 대비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기간 동안 가계의 국내 증시 주변자금은 줄었지만 해외주식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면서 "고가주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할 대상이 늘어나면 가계의 증시 유입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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