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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대학인 인시아드가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은 이곳이 바로 ‘외국인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두뇌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서울경제 취재팀은 지난 6월21일 싱가포르 외곽 아예르 라자 거리에 있는 인시아드 아시아 캠퍼스 본관 휴게실에서 남명우(36) 경영학 교수의 소개로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났다. 취재팀은 이들이 왜 싱가포르를 선택했는지가 무엇보다 궁금했다. 양지영(31ㆍ여ㆍ전직 국내 제약사 직원)씨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아시아의 비즈니스 관문이고 이런 곳에서 2~3년 경력을 쌓으면 더 좋은 글로벌 기업으로 갈 수 있다”며 “똑같은 능력이라도 외국어까지 구사하면 더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의 경우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승진하는 데 나이 제약이 있다”며 “싱가포르 정부가 글로벌 기업을 많이 유치하고 있어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는 한국이 제공하기 힘든 기회들이 널려 있다는 의미다. 이강희(35ㆍ남ㆍ액센추어 컨설턴트)씨는 “직장인들은 승진기회도 찾지만 삶의 질도 중시한다”며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에 가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언어장벽과 문화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씨는 “가족과 함께 지내기에도 싱가포르가 아주 좋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살기 좋은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싱가포르의 장점이라는 말이다. 남 교수는 “동료교수들이 싱가포르에 살면서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확인해줬다. 한국 대학의 MBA과정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남 교수는 “한국에서는 흔히들 대학이나 대학원이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교육의 뿌리부터 잘못됐다”며 “창의성이 많이 떨어질 뿐더러 에세이를 잘 못 쓰고 논리적인 사고에도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남 교수는 이어 “인시아드에는 싱가포르인 교수가 채 5%도 안되고 대부분 외국인 교수들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전제조건의 하나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교수진을 꼽은 것. 학생들 역시 비슷한 인적구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은정(30ㆍ여ㆍ전직 보험사 직원)씨는 “한국 MBA의 특징은 99%가 한국 학생인 반면 인시아드에는 모두 70여개국 출신의 학생들이 몰려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3시간 넘게 이어진 이들과의 대화에서 취재팀은 한국 교육이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목적을 위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특별취재팀:오철수차장(팀장)·문성진(베이징특파원)·이규진·서정명(뉴욕특파원)·김현수·김호정·김민형·김상용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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