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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성공적인 창업생태계 조성하려면

'빠른 추격자'전략 성장 한계

실리콘 밸리처럼 재기 도우며 인재·자본·시장 선순환 절실

정부 출연 硏 역할 극대화 등 융합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해답

김흥남 ETRI 원장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도 저성장과 실업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경제불황을 타개할 방책 마련에 고심이 많다. 그간 우리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다. 산업화 시기에 국운을 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면서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고 정보화 시기에 발 빠르게 구축한 정보기술(IT) 산업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선진국 초입에 들어섰다.

그러나 4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선도 기업의 성공을 뒤따르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더 이상의 성장을 가져올 수 없다. 과감하고 신속한 대규모 자본투자와 생산비용 절감이라는 고통스러운 성장모델은 유효성이 떨어졌다. 국가 혁신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방법은 뭘까. 먼저 창업생태계의 허브라 불리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살펴보자. 우선 U.C. 버클리와 U.C. 버클리 등 주변에 포진한 우수한 대학이 큰 밑거름이 됐다. 지속적으로 인재를 공급했고 자본과 벤처캐피털이 몰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돈을 번 기업가들이 실리콘 밸리를 찾아온 또 다른 우수 인재들에게 과감히 투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자본, 새로운 시장이 선순환하는 창업 생태계가 정착된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는 성공한 기업가보다 실패한 기업가가 많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두세 번 실패한 기업가들도 엔젤투자자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재기가 가능하다.

이처럼 성공적인 창업생태계에는 인재와 자본·시장의 선순환이 필수적인 요소다. 물론 '실리콘 밸리를 벤치마킹해서 성공한 나라는 없다'는 얘기가 있듯 우리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방식, 대한민국이 잘하는 분야라면 '융합'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 장벽에 부딪혔을 때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많은 사례를 목격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선박과의 융합으로 무선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선박을 만들어냈고 바이오기술(BT)과의 융합으로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융합기술 개발은 서로 다른 분야의 인재가 모여 시너지효과를 내고 투자를 받으며 시장을 키워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선순환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다양한 정책을 통해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고품질의 기술이전을 통해 해외에서 인정받는 창업벤처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ETRI는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내 기업연구시설과 창업공작소를 운영하며 제작·검증·특허에 이르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갖췄다. 창업기업 육성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현재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정거래를 바탕으로 한 창업 생태계 구축이 논의 중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혁신 플랫폼도 만들어졌다. 융합을 바탕으로 인재와 자본·시장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창출하는 과제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특히 장기적인 투자, 광범위한 혁신주체, 자발적인 참여, 참여 주체들 간 협력과 상생 등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해 새로운 노력이 요구된다. 저성장과 실업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4만달러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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