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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개혁의 열쇠, 뉴프런티어십] <4> 봉건적 노동시장 탈피하자

과도한 규제는 질 낮은 간접고용만 양산… 시장서 해법 찾아라

양질의 일자리 못만들고 고용안정성도 보장 못해

파견제한 전면 해제 필요

유연성 확보한 경영계는 비정규직 대우 현실화를

한국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의 경우 지나친 규제로 하도급 등 질 낮은 간접고용이 양산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GM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사내하청)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사실상 근로자 불법파견이며 900여명의 근로자 모두 현대차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에 따라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한 것이 오히려 불법파견의 이유가 됐다. 현대차는 곧바로 상급법원에 항소했다.

이후 조선·철강을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같은 이유로 불법파견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며 혼란이 가중됐다. 대표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한 업종인 조선산업은 직접고용이 35%에 불과하다. 배치전환 등의 기능적 유연성과 임금·근로시간 유연성 모두 떨어지니 하도급으로 경직성의 퇴로를 찾아왔다. 한국경영법률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우리 경제는 최소 5조4,000억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노동시장 규제는 질 낮은 간접고용을 양산하는 근본 원인이다. 기업들이 생산량 변동 등 외부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인력운용을 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비·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파견근로가 허용되고 있다. 파견근로의 장점 중 하나인 유연한 형태의 노동력이라는 점을 무시한 채 사용기간·업종을 규제한 결과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 일자리의 질이 양호한 파견직은 사라지고 단기·반복계약과 일자리의 질이 더 나쁜 하도급 형태로 전환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기업들이 도급·용역을 선호하는 것은 비용절감과 함께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도급(용역) 근로자들은 직접고용 의무나 차별금지 등 파견근로자만큼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저임금과 업체변경에 의한 고용불안 등의 문제에 노출된 실정이다. 원청 대비 2차 하청업체의 임금 수준이 30%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근로조건은 열악하다. 즉, 직접고용→기간제·파견→하도급 식으로 내려가는 고용생태계를 반전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권혁태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법적 책임도 피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기업들이 모두 용역·도급으로 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선진국들은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대부분 제조업 파견이 가능하다. 독일은 영리 목적으로 건설업에 파견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선원·항만운송·건설·경비·의료 등을 제외하고 모두 파견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의 봉건적 노동시장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고 고용안정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만 늘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파견제한을 전면적으로 풀어 낡은 노동시장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최소한 소수 금지 업종만 설정하고 제조업과 서비스 등 나머지는 모두 파견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규제완화로 접근하고 해법은 시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김동배 인천대 교수는 "파견을 완전히 막아놓은 상태에서 사내하도급은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해외 사례를 봐도 파견확대는 시대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는 지금까지 정규직의 고용안정성과 근로조건 등을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만 희생하는 구조다. 경영계도 인력운용의 유연성과 인건비 절감으로만 생각해 비정규직을 남용해왔던 관행을 버려야 한다. 상시적·일상적인 업무에도 인건비를 아끼려고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쓰는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청업체에 대한 배려 없이 부품화할 경우 제품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우려가 있다. 파견확대로 고용유동성을 높인다면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상향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조선업종의 경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직접고용이 65%, 하도급과 제조파견 등의 간접고용이 35%다. 노사협약에 파견과 하도급에 대한 통제규제가 있고 급여와 복지 수준도 직접고용과 차별이 없어 고용안정성이 보장됐다. 대신 노조는 임금·근로시간의 유연성을 제공해주는 식으로 상생의 협의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기간제법으로 인해 2년이 채 못돼 근로자들이 해고되는 부작용만 커졌다. 그래서 35세 이상의 당사자들로서는 최대 4년까지 연장해 조금이라도 안정성을 높여주는 정부 대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기간제와 파견 모두를 허용하는 식으로 시장의 흐름은 그대로 두고 문제만 걷어내는 게 옳다고 본다"면서 "기업이 유연성을 확보하는 만큼 그에 걸맞게 비정규직의 대우를 현실화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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