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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버냉키의 외줄타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버냉키 의장은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는다. 지난 4월 그는 97년 FRB 역사상 처음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정례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통화정책에 대한 민감한 질문에는 에둘러 답하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FRB의 비밀주의를 버리고 시장과 소통하려는 그의 노력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그의 학점을 'A-'로 매겼다. 두 번째 기자회견을 앞두고 그가 어떤 보따리를 풀어낼지 여러 가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에서 유지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너무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여기에 있지 않다. 2000년 당시 프린스턴대 교수였던 버냉키 의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일본은행이 초래한 자발적인 마비증세"라며 일본 중앙은행을 신랄하게 비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붕괴된 금융시스템을 대신해 정부가 직접 나서 제로금리 이상의 수요 촉진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적완화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의미한 것이다. 2006년 FRB 의장으로 취임한 그는 금융위기가 닥치자 두 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국채∙모기지채권 등을 사들이면서 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이러한 달러 찍어내기 정책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국면에서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고 추락하는 경제를 떠받치는 등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 회복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미국도 일본식 장기불황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9.1%에 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위기의 근원인 주택시장은 깊은 침체에서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상태다. 미국경제도 양적완화를 계속해야만 굴러가는 일본식 구조가 됐다는 진단마저 나왔다. 그렇다고 선뜻 새로운 돈 풀기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타이밍은 아니다. 경제를 내년 선거의 최대이슈로 삼으려는 공화당은 약 달러 초래, 인플레이션 조장 등을 이유로 양적완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더니 주가만 올라 부자들의 주머니는 불룩해진 반면 일반시민들은 기름값 상승으로 고통 받는다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중국∙브라질 등 이머징국가들도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극력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버냉키 의장이 미국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통화정책의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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