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전자 업계는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 전선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 수출액은 전체 매출 규모의 30%와 20%를 각각 차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은 전자 업계의 주요 수출 시장인 만큼 경기 악화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체 수출 가운데 20%를 넘게 차지하는 유럽 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당장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완성차 업계의 유럽 수출 비중은 22.2%에 달한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유럽 시장 긴급 점검에 나서는 한편 품질 강화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법인장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현지 시장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조선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금융이 경색되면서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가 또 하나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 위기가 지속되면 매출 비중이 높은 상선 발주가 줄고 해운 시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조선사들은 우리만의 강점인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철강 업계는 조선ㆍ가전ㆍ자동차의 수출 감소 우려에 맞물린 중후판ㆍ냉연강판 등 주요 철강제품의 수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정연도 포스코경영연구소 박사는 "다른 국가는 어느 정도 강등을 예상했지만 반신반의하던 프랑스마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등 주요 철강 업체는 비상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내수 업종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국내 실물경제 위기로까지 번질 경우 소비시장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 업계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부동산 업계도 아파트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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