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내 특정 지역에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가능한 '한중 위안화경제특구 협정(가칭)'을 추진한다. 경제특구 내에서는 우리나라 은행이 보유한 위안화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물론 중국 현지기업과 이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등에 직접 대출할 수 있다. 또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계열사가 국내 모기업의 위안화를 차입하는 길도 열리게 된다. 지난 2012년 홍콩과 위안화 자유태환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광둥성 선전의 '첸하이 경제특구' 모델이 한중 간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11일 복수의 위안화 태스크포스(TF) 관계자와 중국 소식통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산둥성 칭다오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들어선 산시성 시안 등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지역을 양국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경제특구로 지정하기 위한 협정을 중국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TF 관계자는 "현재 중국 정부 측에 우리 측 의사를 전달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특구의 핵심은 국내 위안화 자본의 중국 내 직접대출 허용이다. 양국 간 금리차이를 감안하면 2~3%포인트의 저리 대출이 가능해진다. 자본시장의 빗장을 완전히 열지 않은 중국은 외국인의 위안화 환전 및 대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직접대출이 허용되면 위안화 허브의 필수조건인 '위안화 환류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구축된다. 아울러 경제특구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또 다른 TF 관계자는 "특구 내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감면이나 근로자들의 소득세 면제 등도 협상 여부에 따라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한중 경제특구의 위안화 직접대출 허용은 중화권 국가를 제외한 국가에 가장 파격적인 위안화 국제화 조치다. 현재 역외 위안화 직접대출이 가능한 특구는 △1994년 싱가포르 자본이 투자한 쑤저우 공업원구 △2012년 홍콩 자본이 연계된 첸하이 경제특구 △2013년 대만 기업 유치를 위해 설립된 쿤산 위안화투자특별구 등으로 모두 중화권 자본과 연결되거나 투자가 이뤄진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2~3년 정도의 논의과정과 테스트를 거쳐 위안화 직접대출을 허용했다.
중국은 한중 위안화경제특구 협정으로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비중화권 국가인 한국을 위안화 국제화의 시험국가로 삼을 수 있다. 또 정치적으로는 연내 타결 목표를 내세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위안화경제특구를 연계해 한중 FTA의 조기타결을 이끌어내려는 속내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한중 FTA 타결을 선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롄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소 주임은 "한중 FTA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 동북아 역학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중 FTA에 앞서 위안화 역외거래 시장을 통해 한국에 혜택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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