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카드사업 분사를 속속 추진함에 따라 기업계 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도 카드사업을 장기적으로 분사할 방침이어서 카드업계는 은행계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면 의사결정이 빨라지기 때문에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 등 여러 면에서 은행계 카드에 비해 열세인 전업계 카드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 금융지주회사의 카드 분사는 대세 하나은행은 내년에 카드사업을 분사한다는 방침 아래 고객확보 및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까지 카드 회원 수를 450만명으로 늘리고 회원 수가 500만명을 넘는 시점에서 카드 분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3ㆍ4분기 지주회사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이르면 지주회사 설립 시점에 맞춰 카드사업을 떼어낸다는 장기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카드시장은 신한카드가 26%의 시장점유율로 수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카드사업을 분사할 경우 공격적인 영업과 계열 금융사들과의 교차판매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현재의 17%에서 더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카드가 별도 법인으로 출범할 경우 LG카드와 합병한 신한카드에 이어 또 다른 매머드급 카드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업계 카드사 수세로 몰려 은행들이 카드사업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빠른 의사결정 ▦마케팅 강화 ▦시장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응 ▦은행브랜드 계속 사용 등 여러 장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ㆍ증권ㆍ자산운용 등 계열사 금융기관을 통한 교차판매를 통해 수익창출을 다양화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으로 꼽힌다.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전업계 카드사들은 모기업과 연계된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신용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유통, 현대카드는 자동차, 삼성카드는 전자 등 계열사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은행계 카드사들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시장이 은행계 카드사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어 전업계 카드사들의 경영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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