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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류성언 생명공학연구원 박사

활성산소 세포기능 조절 첫 규명 "돌멩이로 뒤통수를 맞았는데 머리가 좋아진다면 믿어지세요?" 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 박사는 갑자기 어리둥절한 질문을 던졌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한참동안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활성산소와 단백질'. 류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활성산소는 세포 속을 돌아다니는 돌멩이에 해당한다. >>관련기사 밤샘 마다않는 '연구벌레' 세포기능 조절 기반기술 확립 활성산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반드시 만들어진다. 반응성이 강해 효소나 단백질, DNA를 조금씩 망가뜨린다. 시간이 갈수록 세포는 점점 망가지고 결국 죽어버린다. 활성산소는 암 같은 질병이나 치매, 노화의 직접적인 원인. 그래서 활성산소는 세포 속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구잡이로 공격, 못쓰게 망가뜨려 버리는 '불량배' 같은 존재로만 생각됐다. 세포 속에는 유전자에 결합, 세포의 기능이나 활성을 조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을 '전사인자'라고 한다. 전사인자는 유전자와 결합해 세포의 산화를 막거나 세포 증식에 관여하기도 한다. 전사인자가 없으면 세포는 생명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그 동안 전사인자가 만들어지는 것은 활성산소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다. 구체적인 연관성과 과정을 알지 못했다. 활성산소가 질병 등을 일으키는 것은 쉽다. 단백질을 조금만 변형시켜 효소의 활성을 방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성산소와 반응한 단백질이 전사인자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구조가 많이 변해야 한다. 활성산소에 비해 단백질은 너무 크다. 단백질은 활성산소의 수천 배. 단순히 결합해서는 덩치 큰 단백질의 모양을 크게 변화시킬 수 없다. 활성산소가 단백질과 결합해 전사인자를 만드는 것은 '돌멩이에 맞고 머리가 좋아지는'것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류성언 박사는 활성산소를 처리하기 전과 후의 단백질 3차원 구조를 비교해봤다.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을 결정으로 만든 뒤 엑스선을 이용해 분자수준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실험 결과 활성산소만 처리했는데 처리전후의 단백질 결정구조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단백질의 구조를 변형시키는데 활성산소가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류 박사는 또 활성산소에 의해 단백질의 특정부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완벽하게 규명해 냈다. 특히 활성산소의 농도변화에 따라 단백질의 구조가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과정도 규명했다. 그는 이 같은 반복 과정을 '세포 스위치'라고 이름 붙였다. 스위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류 박사가 세계 최초다. "단백질은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특정 부위의 구조가 변해 전사인자 역할을 하다가 활성산소의 농도가 낮아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와요. 마치 스위치를 이리저리 누르면 전등이 켜졌다가 껴졌다가 하는 것과 같죠." 류 박사의 연구결과는 활성산소가 세포기능조절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활성산소에 의해 조절되는 세포 내부의 현상을 이해하고 암, 치매와 같이 활성산소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질병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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