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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탁구대 앞에 서니 승부근성 생기더군요"

영화 '코리아' 주연 배두나<br>남북탁구 단일팀 北 대표 리분희역 맡아<br>카리스마·풋풋함 동시에 녹아내려 노력<br>"어떤 배역이든 가능한 좋은 배우가 희망"


1991년 4월29일 일본 지바현. 높이 76㎝ 너비 152.5㎝ 길이 274㎝의 직사각형 테이블에서 남과 북이 처음으로 하나가 됐던 날이다. 남북 탁구 단일팀이 우승해 지바현 닛폰 컨벤션 센터에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울려 펴졌던 벅찬 그 순간, 현정화(남)·유순복(북) 외에 또 한 명이 있었다. 풋풋함과 카리스마가 공존했던 북측 대표 리분희, 영화 '괴물' 이후 6년만에 국내영화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배우 배두나(32·사진)는 그를 택했다.

실존 인물이기는 하나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길이 없었다. 배두나에게 주어진 건 몇 장의 사진과 당시 리분희와 호흡을 맞췄던 현정화 감독의 증언뿐.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만날 수 없기에 시나리오를 보며 당시 스물 세 살의 리분희를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정화 감독님의 이야기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당시 리분희 선수가 도도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났다는 게 아니라 자부심이 대단했고 무엇보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언제나 고요했다고 하셨어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죠."

리분희라는 인물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거 못지 않게 배두나에게는 자연스런 북한말 구사가 또 하나의 과제였다.

"오래 전 북에서 온 백경윤 선생님한테 북한어 수업을 받았어요. 영화를 자세히 지켜보면 리분희와 유순복의 말투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에요. 저(리분희)는 평양말을 구사하고 순복은 함경도 말을 쓰거든요. 백 선생님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주셨어요."

물론 처음부터 맛깔스런 평양말 구사가 이뤄진 건 아니다. "제 목소리가 본래 저음인데다 지나치게 성숙한 말투로 이야기 하니 처음엔'북한 수령의 사모님 같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웃음) 그런데 리 선수가 가진 것이 도도함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당시 리 선수 나이가 스물 세 살이었어요. 풋풋함도 살릴 필요가 있었죠. 카리스마와 풋풋함을 동시에 가져가기가 힘들긴 했지만, 사진에서 처음 리분희 선수를 봤을 때의 맑은 느낌을 녹여내 보고자 노력했어요."

배두나는 직접 대면할 순 없지만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용해 '91년 스물 셋의 리분희'를 담아냈다. 그의 감정과 몸짓, 표정을 하나 둘 쌓아가며 어느덧 실제 리분희가 돼 있었다.



"선수가 아닌데도 운동복을 입고 탁구대 앞에 서 있으니 이겨야 된다는 마음이 요동치더라고요. 촬영인데도 경기에서 지면 괜히 화도 났고요.(웃음) 리분희 선수는 당시 실제로 B형 간염에 걸렸는데도 고군분투하며 단식 은메달까지 따냈어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이 같은 말을 풀어내는 배두나를 보니 승부욕이 대단한 배우임을 짐작케 했다. 아니 승부욕이라기보단 배우로서 '몰입도'가 높다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겠다.

배두나는 지난해 12월 톰 행크스, 휴 그랜트, 수전 서랜던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할리우드 진출작 '클라우드 아틀라스'(감독 앤디 워쇼스키 외)의 촬영을 마치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를 찍어서 행복했다기보다 놀라운 배우들과 함께 했다는 게 행복했어요. 소위 잘난 사람과 일했을 때의 느낄 수 있는 여유, 그 여유에서 오는 치열함을 직접 느낄 수 있었어요. 매일 매일이 신났어요."

배우 배두나, 그는"이제는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구체적 목표보다 그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두루뭉실한 말이었지만 싱겁게만 들리지 않았다. 어느 배역이든 온전이 녹아 드는 대단한 '몰입도'는 물론 촬영하는 순간이 늘 '즐거움'으로 가득한 그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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