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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이주민의 인권, 가면을 벗자


뉴욕ㆍ파리ㆍ런던ㆍ도쿄 등 국제도시에서 지하철을 타면 여러 색깔의 사람들과 마주친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방문객보다 거주자다. 내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인종ㆍ종교ㆍ언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서로 섞여 살고 있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자화상이다.

우리나라에도 200만명 가까운 이주민이 살고 있다. 주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자, 북한 이탈 주민, 유학생, 그리고 난민 등이다. 이 중 불법 체류자가 40만명 가까이 된다.

불과 20년도 안되는 사이에 전체 인구의 4%에 이르는 이주민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40년 후 205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가 외국인이 된다.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미국같이 다인종사회에 다가서고 있다.

과연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가. 이른바 소수자 인권의 측면에서 그들의 위상을 겸허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수자란 숫자의 적고 많음이 아니라 편견과 차별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인구는 75%라는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정치경제적 위상은 낮다. 소수 백인으로부터 다수 흑인이 심각한 차별을 받는 것이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수자 권리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은 여전히 이중적이다. 여성과 장애인처럼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해서는 비교적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반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에 대해서는 찬반 비율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예컨대 이주노동자 가족의 자유로운 국내 입국 허용에 대해서는 찬성(47.7%)과 반대(49.6%)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난민 신청 절차의 간소화와 적극 지원에 대해서는 찬성(33.2%)보다 반대(62.1%)가 훨씬 높다. 특히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해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45.5%)보다 반대(52.3%)가 많다.

다문화사회로 가는 우리 국민의 이주민에 대한 태도가 관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머리로는 다문화지만 몸과 마음은 타문화에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이주민에 대해 차별적 태도를 지니면서 그들을 위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우리 다문화사회의 이중성이다. 우리의 다문화사회에 대한 기본 정책을 ‘동화’에서 ‘공생’으로 옮겨가야 하는 배경이다.



우리는 이주민들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주민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의 것과 그들의 것 사이의 차이에 입각한 공존을 통해 새로운 문화 발전의 터전을 만들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지닌 다문화사회의 위선과 가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바로 인정과 차이의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공존의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은 문화 상대주의를 넘어선다. 자신의 고유의 문화를 강조하면서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 상대주의를 넘어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선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는 인격적으로 평등한 주체들이 구성하는 다양성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도의 제도화 흐름 속에서 다문화사회 운동의 힘이 왜곡되고 있다. 적잖은 결혼이주자민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버림받고 있다. 모습이 다르고 말이 서투르다 하여 외면당하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이주민들을 이방인이 아닌 가족이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 안에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 방식대로, 우리 생각대로, 우리 관점대로 그들을 이끌고 가려는 높은 마음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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