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노사정 합의 내용은 시행돼야

위기의식·시간·대표성 부족

대타협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통상임금 범위 등 3대 현안서

집중교섭 통해 의견 접근 성과

후속 조치 통해 시행 서두르고 대타협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석 달 넘게 계속돼온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타협이 결국 노동계가 대화결렬을 선언하면서 중지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된 한국 노동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노사정의 노력이 중단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보호망이 두터운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하향 조정하고 그 재원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애당초의 계획은 결실을 거두지 못한 셈이다.

대타협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이나 사용자 모두 위기의식이나 절박감이 결여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이탈리아·아일랜드 등 외국의 사례가 경제위기상황에서 일어났었고 우리나라의 1998년 노사정 대타협도 아시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간의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이번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사정 협상은 협상당사자에게 절박한 타결 동기로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 간의 대타협을 이룰 만한 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협상이 이뤄진 것은 3개월여에 불과했으니 쟁점만도 열 개가 넘는 노동시장의 큰 이슈들을 세밀하게 다루면서 조율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협상이 성공하려면 협상의 명분과 당위성은 물론 현실적으로 노와 사가 서로 교환할 아이템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협상에서 전략 부재로 노와 사가 흔쾌히 동의할 만한 교환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

노사정협상에 참여한 노사정대표의 대표성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의 임금근로자는 모두 1,800만명에 이르고 노동조합조직률은 10%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는 180만명에 불과하다. 약 70만명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은 1998년부터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지 않아 이번의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도 불참했고 100만명이 되지 않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한국노총만이 노사정 대타협에 참가해 과연 1,800만 임금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낳게 했다.

정작 청년실업자나 비정규직 등 이번 노사정대화의 실제 이해관계자가 아무도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노사정 대타협이 진행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노동시장 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이고 상황이 절박한 청년실업자나 비정규직 대표들이 협상 과정에 포함됐다면 협상의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들을 노사정위원회에 포함하기 위한 법안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데 하루빨리 통과돼 노사정위원회의 대표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타협의 결과를 100% 실패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이번의 노사정 특위에서 거의 합의에 가까이 근접한 내용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범위나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같은 3대 현안이나 청년 고용을 늘리는 방안도 상당 부분 의견을 모은 상태에서 다른 이슈들이 문제가 돼 협상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합의에 근접한 내용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노사정의 의견이 접근하기 힘든 내용들로 지난 3개월여 동안의 집중교섭으로 이뤄낸 성과로 볼 수 있다. 이런 합의 내용들은 노사정이 후속 논의를 통해 입법과정을 거치든 정부의 행정조치로 실제로 시행이 돼야 할 것이다.

비록 이번의 노사정 대타협은 결렬됐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이 끝난 것은 아니며 다음 대타협을 위한 출발점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노사정위원회는 기적적인 대타협만을 위한 기구는 아니다. 평시에도 노사정 간의 소통과 조율을 위한 창구로서 유용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 실패로 얻은 교훈이 언젠가는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과 애환을 덜어주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