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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간직해야 할 다음·싸이월드의 추억

다음·SK컴즈 내달 역사속으로 성공 취해 모바일 시대 뒤처진 탓

끝없이 혁신해야 지속성장 가능


임석훈


몇 해 전 여름 휴가차 제주도 가족여행을 갔을 때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본사 사옥 '스페이스닷원(Space.1)'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탁 트인 전망에다 열린 구조의 사무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제주도의 시원스런 풍광과 어우러진 건물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인틴뷰의 구글플렉스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아이도 맘에 들었는지 나중에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만 해도 다음이 간판을 내리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음카카오가 오는 23일 임시 주총에서 카카오로 회사 이름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한 지 딱 1년 만이다.

"즐거운 실험이 일단락되고 회사 이름은 소멸되지만 다음의 문화와 DNA, 그리고 그 문화·DNA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직 소멸되지 않았습니다." 사명변경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새벽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실험이 성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세상이 더 빨리 바뀌었다면 자신도 바뀔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고 소회를 이어갔다. 이 창업주가 말한 '즐거운 실험'은 다음을 상징하는 기업 문화이지 싶다.

1995년 창사 후 다음은 국내 최초의 무료 e메일, 인터넷 카페 등을 출시하면서 대한민국 인터넷 서비스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온라인 보험사를 설립해 온라인 금융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라이코스 인수를 통해 글로벌 인터넷시장 강자로 올라서려던 야심만만한 인수합병(M&A)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파격적인 시도는 또 어떤가. 국내 기업에서 처음으로 구성원 모두 직책이나 직급 대신 '~님'으로 부르는 실험, 2004년 혁신 서비스를 꿈꾸며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는 모험 감행까지. 다음의 20년 역사는 그야말로 실험의 연속이었다.

2000년대 '싸이질' 열풍을 일으키며 인터넷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 다음달 2일 주총에서 사명이 네이트로 바뀐다. 경영권이 연예기획사 IHQ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변신을 꾀한다는 차원이다. 사업 정체성 유지 등을 위해 대표 사이트 네이트를 회사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지만 이전의 네이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싸이월드를 먼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는 점이다. 10월1일부터 방명록과 일촌평, 쪽지 기능이 종료되는 탓이다. 사진첩·게시판·다이어리는 당분간 유지된다지만 '완전체' 싸이월드는 더 이상 보기 힘들게 됐다.



'싸이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국내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일촌명을 고민하고 미니홈피를 꾸미려고 사이버머니 도토리로 아이템을 구입하던 기억이 아련하다. SK컴즈의 역사 또한 다음 못지않은 실험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선보였던 모든 서비스가 선구자적인 아이디어였지 않았던가. 싸이월드는 트위터·페이스북의 원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이토록 잘 나갔던 두 업체가 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됐을까. 동서고금 기업흥망사에서 보여 지듯 현실에 안주한 채 시대 변화에 둔감한 회사는 살아남기 힘들다. 다음과 SK컴즈도 예외가 아니지 싶다. 일시적인 성공에 취해 스마트폰, 모바일 혁명이라는 거대한 조류를 따라가지 못했다. 카카오가 다음을 사명에서 떼는 것도 웹에서 모바일로 변한 시대상을 반영한 결과다.

기업에 끊임없는 혁신과 변신이 요구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때는 더욱 그렇다. 다음과 SK컴즈라는 이름은 더 볼 수 없게 됐지만 그들의 즐거운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시련의 교훈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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