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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 지도부의 경제학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00여명이 넘는 고위 지도부를 이끌고 중국 대외개방의 실험장인 광저우(廣州)ㆍ선전 등을 일주일 넘게 돌아보며 ‘경제 학습’을 하고 있다. 이번 학습은 중국식 개방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이를 배워 북한의 개혁ㆍ개방 구상을 구체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 주목된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 2001년 상하이(上海)를 방문, “천지가 개벽했다”고 감탄한 이후 북한의 경제 개선 조치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치열한 사상논쟁이 벌어지며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 학습이 북한 개혁ㆍ개방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견학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김 위원장과 북한 고위 지도부에게 분명 충격을 안겨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2001년 상하이 방문 때와 현재 중국의 발전 모습을 단순 비교해도 느낌이 남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광둥성을 돌아본 뒤 “정말 멋있다”고 감탄한 것도 이 같은 속내를 잘 보여준다. 마음속에서는 “왜 중국식 개방을 빨리 따라하지 못했을까”라는 자책감도 들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느낌만 받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이번 순례도 예전의 경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모든 키는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가 쥐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이번 학습을 통해 제대로 깨달아야 할 것은 중국의 발전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도움을 받을 것이 있으면 도움을 청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생각을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담한 후속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경제의 문을 과감히 넓히지 않는 한 북한에 관심을 쏟을 곳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중국도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과의 ‘특수 관계’에만 집착, 북한의 잘못을 마냥 덮어주려 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북한 지도부에게 가감 없이 알려 개혁과 개방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제대로 설 수 있다. 이것은 또 북한이 이웃들과 공생할 수 있는 최선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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