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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을 향한 갈망

이불, 亞 여성 작가 첫 日 모리미술관서 회고전<br>'화엄' '더 시크릿 셰어러' 등 주요작 45점 전시

현대미술가 이불의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 전경.


백남준 이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작가 중 하나인 이불(48ㆍ사진)이 동양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꼽히는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4일 대규모 회고전을 개막했다. 모리미술관에서 이 같은 대규모의 개인전이 열린 것은 일본 작가를 제외한 아시아 작가로는 중국의 아이웨이웨이에 이어 두번째이며, 아시아 여성작가로는 처음이다.

'이불 전(展): 나로부터, 오직 그대에게'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45점의 주요 대형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그의 예술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고깃덩어리 같은 설치작품을 맞닥뜨리게 된다. 충격적이다. 이것은 이불의 초기작으로 1990년 작가가 직접 뒤집어 쓰고 도쿄 거리를 활보하며 퍼포먼스를 벌였던 작품이다.

199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선보였던 문제작 '화엄'은 영상작품으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화려한 반짝이 장식물을 단 죽은 생선이 부패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설치작품으로 당시 악취 때문에 전시 중간에 작품을 철수해야 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지난 20년간 한국을 거점으로 전세계를 누비며 작업해 온 이불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민주화 과정까지 격변기를 거친 한국의 시대상을 발판으로 이처럼 이상향을 향한 시대적ㆍ집단적 갈망, 개인의 경험에 투영한 사회적 격변과 균열 등을 표현해 왔다.



1인용 노래방 형태의 '가라오케 캡슐',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신체의 의미를 탐구해 의학용 실리콘으로 작품을 만든 '사이보그', '아나그램' 연작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번 회고전을 위해 준비한 신작 '더 시크릿 셰어러(The Secret Sharer)'는 작가와 지난 20년간의 작업 과정을 함께 보내고 최근 죽은 개를 형상화 한 작품이다. 죽음을 앞둔 늙은 개가 먹은 것을 토해내는 것을 보면서 작가 자신도 내부의 것들을 그대로 관객에게 펼쳐 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이 작품은 도쿄 롯폰기힐스 53층에 위치해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모리미술관의 입지와 극적으로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작가의 그간 작업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드로잉 150점과 모형 50점을 선보였다.

모리미술관 큐레이터와 함께 약 3년간 이번 전시를 준비한 작가는 "어떻게 하면 내 작업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집중했더니 그 동안 내 작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보였다"는 말로 회고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작품에 노골적으로 사회적 주장을 담아내는 작가는 "초기 작업을 보니 예술로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었더라"면서 "여전히 예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설사 세상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고 실패하더라도 그런 좌절과 실망감에 대해 언급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불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아시아와 북미, 유럽의 미술관에서 순회 회고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작가는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와 한국관 전시에 동시 출품해 특별상을 수상했었다. 2007년에는 프랑스 파리 카르티에재단 미술관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고, 2008년에는 홍콩ㆍ뉴욕ㆍ도쿄ㆍ런던 등을 순회하는 샤넬의 아트브로젝트에 한국작가로 유일하게 참여하는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는 5월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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