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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월렛카카오(뱅카) 출시가 한편으로는 시중은행들이 궁극적으로 카카오라는 거대 정보기술(IT) 회사에 종속되게 만들 서막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 허가를 시사하면서 머지않아 막강한 기술력을 가진 국내외 IT·제조·유통 업체들의 진입으로 금융 지형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IT 공룡을 위시한 비금융사들의 공격에 맞서 전통 금융회사들은 특허 확보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금융특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메릴린치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1997년 메릴린치는 CMA를 출시한 뒤 5년 뒤 'BM특허(Business Method)'를 획득했다. BM특허는 주로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고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를 말한다.
이로써 다른 금융회사들은 메릴린치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만 CMA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 메릴린치는 1984년까지 CMA 시장을 독점하면서 급성장하게 됐다.
급기야 1998년 미국의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스테이트스트리트뱅크 사건에서 영업방법도 다른 발명과 마찬가지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금융 분야에서도 BM특허 출원 증가가 가속화됐다. 스테이트스트리트뱅크 사건은 이 회사가 컴퓨터데이터 처리프로그램(Hub & Spoke)의 특허권자인 시그니처파이낸셜그룹을 상대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건을 말한다.
이처럼 수많은 금융사가 특허 확보에 나서자 소송전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금융 관련 소송은 2002년 42건에서 2013년 248건으로 약 6배 증가하기에 이른다.
물론 국내에서도 꾸준한 금융 분야 BM특허 실적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출원 건수가 급증해 매년 약 500여건이 출원되고 있다.
다만 BM특허에서 차지하는 다출원인(多出願人) 중 금융회사의 존재가 거의 사라지고 기업·대학교·연구소 등의 다출원인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2009년까지 BM특허 다출원인 중 1~2위에 속했던 신한은행은 2011년부터는 상위 10대 다출원인에서 아예 소멸하기에 이른다.
아울러 금융 분야 BM특허 출원 및 등록도 그동안 은행이 주도해왔지만 최근에는 증권·카드사 등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허 출원 및 등록에 대한 은행권의 발 빠른 대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이 향후 스마트뱅킹 시장을 포함해 금융특허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회사 내 특허관리 기능과 인력을 보강하고 금융특허에 대한 인식 전환과 사내 특허 출원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 등 관련 제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이미 선점당한 특허에 대해서는 우회 특허를 보유한 소형 금융사 또는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금융사와 제휴해 특허 라이선스를 공유 또는 사용료를 지불해 분쟁 소지를 사전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향후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글로벌 특허괴물(NPE)의 활동 증가 등으로 특허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유효 특허권 취득을 위한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정 금융특허를 취득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뿐 아니라 학교 및 연구소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특허권을 사들이거나 실행료를 지불하면서 특허권을 이용하는 등의 종합적인 특허 비즈니스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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