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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곳간 사상최대 쌓여있지만… 외환당국 두차례 트라우마에 고민

■ 다시 시험대 선 보유외환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세어 보고 있다. 미국의 출구 전략 시사 이후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보유 외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제DB



3,000억弗 훌쩍 넘지만 버냉키 쇼크에 시장 요동 두려움의 그늘 짙어져
IMF 위기후 낙인효과… 넉넉한 외환에도 심리적 불안 여전
15개월째 경상 흑자 등 경제펀더멘털 양호 불구 시장신뢰 마지노선 촉각
"자본유출입 과도하면 거시건전성 탄력 운용"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정부는 급등하는 원ㆍ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섰다. 그 결과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달러 곳간(외환보유액)은 급속하게 소진돼갔다. 가뜩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아래에서 트라우마(외상징후)에 괴로워하던 우리 시장은 또다시 다가온 상처에 휘청거렸다. 그리고 시장은 어느 나라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보유외환이 2,000억달러를 훨씬 넘었지만 상처 입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 정도는 전혀 위안거리가 되지 못했다.

환율은 단숨에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고 하루에만 수십원씩 오르내렸다. 그리고 한미 통화스와프라는 '구원의 손길'을 보고 난 후에야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와 비교해 현재 외환보유액은 25% 이상 더 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언급했던 '3,000억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정작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또다시 시장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고 이 경우 달러 곳간에 다시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시장의 급격한 쏠림 현상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아 펀더멘털이 튼튼해도 해외여건에 따라 언제든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어서다.

이 때문일까.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유출을 방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의 보유외환에 대해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상 최대 규모…씻기지 않는 트라우마=5월 말 현재 한국은행의 보유외환은 3,281억달러.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1월의 3,289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적정보유액이 얼마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3,300억달러에 가까운 규모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IMF의 경우 회원국에 3개월치 경상수입대금(상품수입+서비스지급)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쌓도록 권고하는데 지난 1ㆍ4분기 경상수입대금은 1,551억달러로 절반이 채 안 된다.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를 갚을 수준이 돼야 한다는 기준도 있는데 3월 말 현재 단기외채는 1,268억달러. 총 외채에서 단기외채의 비중은 IMF 외환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넉넉하다'고 할 만큼 보유외환을 충분히 쌓아둔 것이다.

문제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정부는 절대적인 달러 양에 대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고 있지만 과연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심리적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08년 당시에도 그랬다. 2007년 외환보유액은 2,622억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환율방어에 쏟아부으며 2008년 2,000억달러선이 위협 받자 시장은 이를 오히려 불안요인으로 주목했다. 이승호 한국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당시 불안심리는 경제적 논리로 설명이 안 됐다"며 "IMF에 손을 벌린 적이 있다는 '낙인효과(stigma effect)'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시장의 불안심리에 따라 3,000억달러든, 2,500억달러든 어느 선에서 마지노선이 설정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신흥국 자본유출, 미 금리상승 리스크 ↑=다행히 최근 지표들이 보여주는 상황은 양호하다. 경상수지는 15개월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4월 경상수지는 39억7,000만달러로 1~4월 누적 흑자규모는 전년보다 3배 늘어난 139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던 과거 위기들과 비교해 경제가 훨씬 강해진 것이다.

일본 아베노믹스가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연초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강도가 약해진 상태다.

다만 미국의 출구전략이 예고만 된 상태인데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의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이 11.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26.4%)는 인도네시아, 인도(14.7%)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낮다. IMF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가라는 '낙인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상승에 따른 수익률 하락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지난 30년간 지속된 채권시장 강세장이 마무리되면서 자산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 달러화에 57.3%를 투자했다. 전년(60.5%)에 비해 3.2%포인트 줄이면서 60% 아래로 낮추기는 했지만 기타통화(42.7%)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주식이나 이머징국가 투자를 적극 늘리기도 여의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은 상태인데다 리스크가 높아지는 만큼 안정성 유지라는 목표도 위협 받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한국은행뿐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모두 고민하는 과제이기는 하다.

추흥식 외자운용원장은 "주식시장의 활황이 꺾이면 채권시장이 도와주던 지난 10~20년간의 패턴이 구조적 환경변화를 맞게 됐다"며 "1997년, 2008년 외환보유액 감소를 경험했던 만큼 충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23일 열린 거시금융경제회의에서 "자본유출입이 과도하면 거시건전성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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