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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세리 키즈'처럼… 청년창업도 대박사례 많이 만들자"

[K-벤처 패러다임을 바꾸자] 1부. 데스밸리를 넘자 <5·끝> 전문가 좌담

김형영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조성주 카이스트 교수

김영식 조이넥스 대표

류해필 한밭대 교수(사회)

김형영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공간·자금·마케팅 지원하고 기술금융 확산·절차 간소화
창업시장에 인재 몰리게 할것

조성주 카이스트 교수
해외 성공 청년창업 사례 보면 10대 때부터 기업가정신 배워
우리도 진로교육에 창업 넣어야

김영식 조이넥스 대표
제품·서비스 개발에만 몰두… 대부분 '사업하는 법'을 몰라
사업 초기 구체적 멘토링 필요

류해필 한밭대 교수(사회)
자금부족·사업모델 부재 등 기업마다 데스밸리 유형 달라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 있어야


"창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박세리 신화 이후 탄생한 '세리 키즈'처럼 창업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고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 시장에 진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K벤처 패러다임을 바꿔라'를 주제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외 민관 창업 플랫폼을 연결하고 전문가집단을 창업기업 육성에 참여시키는 '메타 플랫폼' 역할을 맡으면 창업정책 효율성은 물론 성공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창업생존율보다 성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창업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창업 진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성공률을 높이는 민관 창업 플랫폼 구축을 위해 창업·벤처기업이 겪는 데스밸리 유형별로 지원책을 만들어 자금과 연구개발(R&D), 판로 등을 연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좌담회에는 정부 창업정책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김형영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과 지난 1998년부터 10년간 창업자로 활동하다 현재는 학계에서 창업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연구교수,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 출신인 김영식 조이넥스 대표가 참석했다. SK증권 출신으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고문과 중소기업청 창업도약 패키지 프로그램의 멘토단장을 맡고 있는 류해필 한밭대 창업학과 교수가 사회자 겸 패널로 참여했다.

△류해필 교수(사회)=국내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30% 수준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하면 창업기업의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창업기업들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데스밸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형영 국장=우리 창업기업들의 생존율이 낮은 것은 업종 구성과 경영환경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업종 구성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창업 중 자영업 창업 비율은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인 16%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자영업은 과밀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그에 따라 생존율이 낮다는 데 첫 번째 원인이 있다. 다음으로 경영환경 측면인데 우리나라는 산업 발달의 역사가 짧아 기업 생태계 발달이 미흡하다. 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거래하는 부분, 투자와 멘토링을 함께 할 수 있는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의 풀,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 동반성장 문화 등 창업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요소들이 덜 발달했다.

△김영식 대표=2011년 직장을 그만두고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로 입학해 벌레 잡는 청소기(버그헌트)를 출시하기까지의 창업과정을 돌이켜보면 데스밸리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사업하는 법'을 몰랐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 비즈니스 모델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했다.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한 것은 창업 후 몇 년이 지난 2013년이었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단계를 밟아봐야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멘토링을 받으며 이 사실을 깨달았고 사업 초기부터 자본금 규모는 어떠해야 하는지 제품 개발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등 세세하고도 기초적인 부분부터 조언을 구했더라면 그동안의 실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창업기업은 의사결정을 한 번만 잘못해도 회사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대부분의 창업기업들이 비슷한 이유로 데스밸리에 빠지고 상당수가 폐업에 이른다. 창업을 하도록 하는 것보다 창업기업이 수익을 내도록 돕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조성주 교수=우리나라 창업기업들의 5년차 생존율이 30.2%라고 하는데 숫자에 함정이 있다. 이 숫자에는 생계형 창업이 포함됐다. 지난해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계형 창업의 비중은 63%, 이스라엘은 13%, 미국은 26%다. 우리는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창업기업들의 전체적인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기회형 창업만 놓고 보면 실패율이 그리 낮은 것은 아니다. 중기청에 따르면 2001~2010년 우리나라 첨단기술 기업의 생존율은 업력 3년이 72%, 5년이 58%에 달했다.



△사회=국내 창업기업들이 데스밸리를 극복하게 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기회형 창업을 늘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말해달라.

△조 교수=박세리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성공한 후 세리 키즈들이 나와 그다음 세대들이 이어가듯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선수가 많으면 기록은 단축되기 마련이다. 좋은 성공 사례가 나오면 뒤를 잇는 기회형 창업자들이 나온다. 엔젤투자도 정부에서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투자 성공 사례가 나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구축된다.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청년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과 공무원시험을 택하는 게 현재는 일반화돼 있지만 이 선택지에 창업도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창업교육을 진로교육에 넣어야 한다. 해외에서 성공한 창업자들은 10대 시절부터 레모네이드라도 만들어 팔아보며 기업가 정신을 기른다. 기업가 정신은 창업 정신뿐만 아니라 기회를 추구하고 실행하는 정신이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비즈 스톤은 학창시절 야구나 축구를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는 대신 라크로스라는 새로운 종목을 배워 학교에 공식팀을 만들고 본인이 주장을 맡았다. 이런 경험이 바로 기업가 정신을 키운다.

△김 국장=기회형 창업을 늘리려면 기술과 지식을 갖춘 우수한 인재가 창업으로 뛰어들게 해야 한다. 창업에 대한 위험부담은 줄여주고 이를 상쇄할 만한 기대수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 재기가 쉬워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창업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창업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고 자금과 마케팅 등을 포함한 멘토링을 제공하는 창업 플랫폼을 조성하고 있다. 창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또 미흡한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빚을 내 창업하는 것보다 기술금융을 확산시키고 엔젤투자와 벤처투자를 통해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력으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창업가들에게는 다음달 문을 여는 공영홈쇼핑과 중기 전용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해 통합 유통 플랫폼도 제공해야 한다.

△김 대표=2012년 미국 피츠버그 국제발명전에서 버그헌트로 2개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고 나니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수상 경력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3년차 이후 창업기업들이 정책자금을 받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운 좋게 청년사관학교에서 자금지원을 받았는데 그걸로 끝이 아니다. 제품이 성공해야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진공에서 1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양산까지 하려면 필요한 자금은 훨씬 많아진다. 물론 정부 정책만 바라보고 사업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창업기업을 중소기업으로 키워내기가 어렵다. 이번에도 중기청에서 진행하는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사업에도 지원하려 했는데 높은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이 발목을 잡았다. 사업 경험이 없다 보니 돈이 생기면 자본금을 늘리지 않고 비용으로 썼다. 데스밸리 극복을 도우려면 이런 부분들을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

△사회=생태계 조성 없이는 기회형 창업을 무조건 늘린다고 성공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시제품 제작지원 위주의 창업지원 방식으로는 창업자들이 양산화 과정에서 겪는 자금난을 이겨낼 수 없다. 미국은 미완성 상태의 기술도 매매할 수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투자·M&A 생태계가 취약하다. 끝으로 창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자들을 이기는 방법, 또 해외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은 없는지 말해달라.

△김 국장=우리는 산업 발달의 역사가 짧아 실리콘밸리 수준으로 단숨에 올라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창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것이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데스밸리 극복 프로그램인 창업도약 패키지 지원사업도 그동안 초기 기업에만 쏠려 있던 지원책의 범위를 넓혀 3~7년 기업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포커스를 둔 것이다. 강남 일대에 조성하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TIPS) 타운은 창업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창업지원 기관 등 관련 플레이어들을 한데 모으는 해외의 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그 안에서 투자와 멘토링이 이뤄지고 창업 경험자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창업 스타들을 키워낼 것이다.

△조 교수=실리콘밸리 같은 성공 사례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이스라엘이나 대만은 특히 우리 인터넷 환경, 정보기기 사용량, 인구 등 인프라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이 작다는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다. 해외로 나가면서 수요를 키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해외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도 지원하고 있지만 자기 네트워크를 쌓아가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SK의 브라보 리스타트처럼 창업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사장될 뻔한 기술을 살려내 상품화해주는 플랫폼이 늘어나도록 대기업의 파트너십을 늘리는 부분도 고려해볼 만하다. 대기업이 가진 해외 유통망과 기술력·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사회=자금부족과 사업 모델 부재, 뒤떨어지는 기술력 등 기업마다 찾아오는 데스밸리의 유형은 다르다. 유형별로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창업지원 사업은 유치원 수준에 그쳤다. 이제는 성장단계별로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지원 프로그램이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마라톤 선수냐, 단거리 선수냐에 따라 훈련방법이 달라지듯 우리 창업기업도 트랙을 달리해 맞춤 지원해야 한다. 성장단계별 로드맵을 만들고 나면 정부는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 설계자로서 정책 사각지대를 줄이고 연계지원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참석자= △김형영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김영식 조이넥스 대표 △류해필 한밭대 창업학과 교수(사회)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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