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겨울잠에 빠졌던 투신과 연기금이 모처럼 순매수에 나서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투신ㆍ연기금의 귀환은 그동안 외국인에 기대어 불안한 상승세를 이어 온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기관의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당분간은 외국인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56포인트(1.33%) 오른 2,030.25에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주도했다. 외국인이 5,201억원을 순매수한 가운데, 기관이 1,727억원어치 매수 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연초 후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러시로 매도 행진을 이어 온 투신이 이틀 연속 순매수에 나섰고, 연기금 역시 11거래일 만에 매수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관이 겨울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주식형펀드에서 환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언제든 깊은 잠(매도)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신이 이틀간 2,400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지만,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연초 후 4조5,000억원이 빠져나가 매수여력이 크지는 않다"며 "펀드에 자금이 다시 들어오지 않는 이상 투신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틀간의 순매수는 지수의 추가 하락 위험이 줄어들면서 주식비중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 역시 "투신이 그동안 펀드 환매 압력에 주식비중을 낮추고 현금 비중을 늘리며 환매에 대비했다가 최근 반등 시점에 다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강도는 줄었다고 하지만 펀드 환매가 여전하기 때문에 투신권의 본격 매수 전환은 속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다만 "연기금의 경우 빠른 상승에 대한 경계 심리로 1월 중순부터 꾸준히 주식을 팔아왔는데, 2,000선을 재매수 시점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의 순매도로 주식 편입 비중이 크게 낮아진 만큼 매수여력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당분간은 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류용석 팀장은 "유가 변수를 제외하면 중국의 지준율 인하와 유럽의 유동성 정책, 이머징마켓의 금리인하 등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외국인 순매수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3월에는 유럽중앙은행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 일본ㆍ영국의 양적 완화, 중국ㆍ미국의 통화 완화 움직임이 유동성의 힘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이고,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2,15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상승의 주체도 기관이 아닌 풍부한 자금을 가진 외국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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