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도 이제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올림픽 스타들만 비쳐주지 않고 앞으로의 유망주들을 비쳐주는 데에도 신경을 쓰니 말이다. 추위도 잊고 스핀을 도는 꼬마들이 가득한 빙상장, 그리고 평창올림픽을 꿈꾸며 이른바 '꿀벅지'를 만들어가는 소년소녀들을 비쳐주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종종 눈에 띈다.
과거 겨울 스포츠는 우리 선수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졌었다. 체격도 작고 그래서 힘도 부치고 기술도 모자라는 우리 한국 청소년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 장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파이어니어들이다. 아니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함 속에서 홀로 이들을 믿고 훈련을 뒷바라지하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모든 역할을 감당하며 위험을 무릅썼던 이들의 부모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기업가다. 한때 박세리와 그 아버지가 이런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박세리 키즈'를 꿈꾸게 해 한국이 여자골프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는 국가로 떠오르게 했다. 시상대의 맨 위에 오른 박태환의 키가 그 아래에 있는 선수들보다 더 작아 보일 때마다 안쓰러움을 느낀 것은 필자뿐일까. 그 안쓰러움을 딛고 수영의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들 파이어니어와 기업가들의 공은 온 국민을 기쁘게 해준 데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뒤따르는 소년소녀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한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워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꿈을 꾸게 하는 것. 즉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난관과 장벽을 넘어서는 모범을 보여야 할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질시와 모함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의 꿈을 꺾어버리기가 더 쉽다는 것을 종종 깨닫는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질시, 모함의 물결, 나를 넘어서려는 후배의 기를 꺾어버리려는 독선. 이런 경향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몇일까. 그래서 이들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세상이다.
한때 경제계에서도 남들을 꿈꾸게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병철·정주영 등등.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스포츠 스타들처럼 자라나는 후예들에게 그들의 길을 따라가고 싶은 꿈을 꾸게 만드는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이건희·정몽구·구본무 등의 자리는 감히 꿈꾸기 어려운 자리처럼 느껴진다. 자수성가해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뤄가던 웅진·STX의 회장들은 그만 중도에 기업가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청년 창업률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진정한 지표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경제계에서도 우리 후예들에게 꿈을 꾸게 만드는 스타들이 하루빨리 등장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밝혀줄 그런 스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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