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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인병 걸린 한국 경제


고혈압ㆍ당뇨 등 성인병이 무서운 이유는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고 결국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책학을 전공한 필자는 대한민국이 심각한 성인병 환자의 상태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성인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이를 더 악화시키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무상복지ㆍ무상의료ㆍ무상교육ㆍ무상보육 등 온갖 무상 시리즈가 난무했다. '무상'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내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면 다 공짜라고 생각한다.

무상복지 몰입땐 회복불능 못 피해

우리는 1970년대 복지국가의 위기를 경험했던 북유럽의 선진국들에서 무상복지의 위험을 알고 있다. 일하지 않아도 먹여준다는데 열심히 일할 사람은 많지 않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부 창의적 고소득 직업을 제외하고는 중산층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힘들게 일하는 것과 복지혜택으로 놀고먹는 것과는 별 차이가 없다. 주변에서 적당히 일하다가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을 때쯤이면 퇴직하면서 해고로 처리해달라 요청해 몇 달을 실업급여로 먹고사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마주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성인병을 조장하는 각종 대중영합적 정책 추진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각종 사회복지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복지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니 선진국으로 가려면 사회복지지출을 늘여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대비 국민조세 및 보험료부담 비율을 의미하는 국민부담률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처럼 남북대치 상황에 있지도 않으며 출산율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 우리처럼 노후대책을 생각하지 않고 자식 교육에 모든 돈을 아낌없이 쓰지도 않는다. 처한 환경과 행태가 다른데도 북유럽 복지국가 흉내를 낸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비용부담 고려한 한국형 복지 세워야

필요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한다면 과거는 지금보다 훨씬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컸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회복지가 중요하지만 부담능력을 벗어난 사회복지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부모세대는 우리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철주야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이만큼 살게 만들었는데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자고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자는 말인가.

80%를 넘는 대학진학률을 그대로 두고 반값등록금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화장실도 고치지 못하고 학교 건물의 안전도가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무상급식에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할까. 부담능력도 없으면서 영유아 보육비를 지원해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회생가능성이 낮은 환자들에게 천문학적 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재정능력이 감당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복지수혜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사회복지는 한번 주어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권리가 된다. 비용을 부담할 사람은 급격히 줄어드는데 혜택을 받을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 급속한 경제발전도 선진국 모델을 따라서 이룬 것이 아닌 것처럼 사회복지도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모형을 만들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정권획득을 위해 유권자의 표가 필요하니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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