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43을 선수로 두어 하변을 보강했지만 아직 하변의 흑진은 엉성하다. 반대로 백은 튼튼하게 연결되어 약점이 전혀 없는 형태이다. 바둑용어에 '엷다'와 '두텁다'가 있는데 하변의 흑은 전형적인 엷음의 모습이고 백은 두터움의 모습이다. 이세돌은 하변의 엷음에 신경을 쓰지 않고 흑45 이하 49로 발빠르게 요소를 선점했다. 조한승의 백50은 유연한 삭감책. 조한승류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흑51은 당연한 반발. 이 수로 참고도1의 흑1에 지켜 상변에 집을 지으려 하는 착상은 하지하책. 백2로 하나 눌러놓고 4로 봉쇄하면 중원에 커다란 백의 벌판이 마련된다. 게다가 우변을 A로 쳐들어가는 후속수단까지 강력하므로 이 코스는 흑이 견디기 어렵다. 백52로 슬쩍 날아오른 수에는 흑더러 후수로 백 한 점을 잡아가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그것을 간파한 이세돌은 흑53으로 뛰어 중원의 발언권을 강화했고 조한승은 54로 진격하여 상변의 흑진을 송두리째 지웠다. 흑55는 이제 사냥감의 몸집이 커졌으니 잡아먹을 만하다는 생각으로 차단을 서두른 수순. 조한승은 백56으로 수습에 나섰는데 이때 다시 이세돌의 두 번째 헤딩이 등장했다. 흑57로 들이받은 이 수. 타임리 히트였다. 그냥 참고도2의 흑1로 젖히면 백은 2에서 6까지로 뒷맛좋게 넘어가 상변은 물론 좌상귀까지 멋지게 안정된다. 흑57은 그 꼴이 보기 싫다는 헤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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