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춰서자 타이거 우즈(38ㆍ미국)는 퍼터 샤프트를 입으로 깨물었다. 평소 짜증을 표출하는 행동이지만 이날은 퍼터가 예뻐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실상 우승이 결정된 마지막 홀(파4)이었고 25m나 되는 이 퍼트가 거의 들어갈 뻔했다. 2년 5개월 만의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도운 퍼터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듯했다.
우즈가 시즌 세 번째 우승을 거두며 '골프황제'의 권좌에 복귀했다.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골프장(파72ㆍ7,38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 우즈는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언더파 70타(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냈다. 2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ㆍ11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우즈는 이번 대회에 불참한 로리 매킬로이(24ㆍ북아일랜드)를 세계랭킹 2위로 밀어냈다. 2010년 11월1일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29개월 만의 정상 복귀다. 1997년 21세 나이에 처음으로 1인자로 등극했던 우즈는 1위 차지 기간을 통산 624주로 늘리며 골프계 지배를 다시 시작했다.
우즈가 스캔들 이후 한때 58위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완벽히 부활한 원동력은 퍼트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그는 올 시즌 PGA 투어의 퍼트능력지수(Strokes Gained-Putting)에서 평균 1.476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퍼트로 줄인 타수를 평균한 수치이며 2위 스티븐 에임스(캐나다ㆍ1.223타)에 크게 앞서 있다. 4.5~7m 퍼트 성공률은 28.57%로 1위, 1.5~4.5m 퍼트 성공률은 55.43%으로 2위다. 덕분에 평균 타수에서 68.334타로 2위 로즈(68.675타)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우즈는 특히 최근 베테랑이자 절친한 사이인 스티브 스트리커(46ㆍ미국)의 '과외'를 받은 뒤 퍼트가 부쩍 좋아졌다.
이날도 티샷이 몇 차례 오른쪽으로 밀렸지만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트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전반에 2타를 줄인 우즈는 줄곧 3∼4타 차로 리드했다. 2위는 로즈가 차지했으나 후반까지 우즈를 견제한 선수는 리키 파울러(25ㆍ미국)였다. 2타 차까지 좁혀진 승부는 16번홀(파5)에서 갈렸다. 우즈는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로 보내고도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퍼트로 버디를 추가했다. 반면 파울러는 두 차례나 볼을 물에 빠뜨려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은 끝에 공동 3위(8언더파)로 밀렸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우즈는 풍성한 기록도 쏟아냈다. 이 대회 여덟 번째 우승으로 단일 대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샘 스니드(미국ㆍ사망) 이후 48년 만이다. 그린스보로 오픈을 8차례 제패한 당시 스니드는 45세였다. 우즈는 '살아 있는 전설' 아널드 파머(84ㆍ미국)가 주최한 대회에서 대기록을 이뤄내 의미를 더했다. PGA 통산 77승째로 스니드의 82승에도 5승 차로 다가섰다. 우승상금은 108만달러(약 12억원).
한편 매킬로이는 이번 주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하면 다시 1위가 될 수 있다. 2주간 휴식을 취할 예정인 우즈는 4월11일 개막하는 마스터스 우승으로 완전한 '우즈 천하'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에 도전하는 우즈는 14번째 우승을 거둔 뒤 5년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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