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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아픔 이용 안된다"는 염 추기경의 고언

"세월호 사건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천주교회 최고지도자인 염수정 추기경이 26일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내놓은 고언(苦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성원에 대한 대국민 감사 회견 자리에서 염 추기경은 이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도 "(피해자) 가족들이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어느 선에서는 양보해야 서로 뜻이 합쳐진다"며 유가족이 먼저 갈등해소에 나서줄 것을 권했다.

염 추기경의 이날 발언은 갈등하는 양측으로부터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보수진영 매스컴들은 이 발언을 크게 보도하고 세월호 특별법 파행 정국이 마무리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으나 진보 매체는 발언을 축소 보도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염 추기경의 발언을 둘러싸고 지지와 비난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양측의 댓글 공방으로 하루 종일 들끓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 양상이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300여명의 안타까운 생명과 별개로 우리 사회는 지금 사고의 책임과 진상규명 방법에 대한 공방으로 여론이 크게 엇갈려 있다. 사건의 민감성 때문인지 사회지도층 인사들조차 가능한 한 공개적 발언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종교인으로서 염 추기경의 발언이 그만큼 용기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더 이상의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염 추기경의 말처럼 우리 사회도 이제 세월호 논란과 갈등을 접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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