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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1990년대의 한국과 2015년의 중국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중국 경제의 변동성에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 경제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7%대 성장을 하면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바꿔 말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조금씩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시장의 의문은 중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 여부다. 중국 경제는 1990년대의 한국 경제와 흡사한 것 같다.

한국 경제는 1990년대에 들어 중공업에 대한 과잉·중복 투자를 통해 성장했다. 삼성의 자동차 시장 진입이 허용됐고 석유화학산업 설비투자 규제가 폐지됐다. 코스피지수는 1994년 말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5년부터 공급과잉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팽창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부채비율은 500%대에서 100%대로 낮아졌다. 자본 투입에 기초한 성장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 시기였다.

중국 역시 투자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 초반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의 비중은 3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5% 수준으로 증가했다. 부채도 GDP 대비 250% 수준으로 7년 동안 두배가 됐다. 투자는 늘어난 반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면서 자본의 한계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994년 논문에서 아시아지역 국가의 성장이 총요소 생산성이 아닌 자본과 노동의 집중투자에 따른 것이므로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의 한국이나 지금의 중국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강제로 과잉설비를 조정했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40~50대 연령층이 무려 60% 증가하면서 소비 수요를 뒷받침해줬다. 원화 약세 현상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삼박자가 갖춰진 덕분에 일본처럼 장기간의 경제 침체에 빠지는 것은 피했다.

중국도 유사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 같다. 중국이 해외수요에서 답을 찾기는 어렵다. 내수 소비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자본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길이 유일한 해법이다. 중국 정부는 단기적으로 수요 둔화의 충격을 조절해나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과 개혁으로 자본의 한계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최근 중국 경제의 본질은 주가 하락 여부가 아니다. 1990년대의 한국과 같은 상황을 맞이해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의 조정과 개혁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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